신세계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업계 확산은 '글쎄'
신세계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업계 확산은 '글쎄'
  • 박소연 기자
  • 승인 2017.12.0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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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하락없이 일 근무시간 '8시간→7시간' 단축
연장근로 허용·휴일 근로수당 등은 언급 안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신세계그룹이 대기업 최초로 임금의 축소 없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의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을 발표했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기대하면서도, 현재 국내 많은 기업들의 실정으로는 제도 확산이 불가능할 것이란 반응이 나오고 있어 신세계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내년 1월부터 법정 근로시간(40시간)보다 5시간 적은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신세계그룹 임직원은 내년부턴 하루 7시간만 근무하면 된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할 수 있다. 근로시간이 단축되지만, 임금은 그대로다.

신세계는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오후 4시에 퇴근하는 등 근무시간도 유연하게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테면 업무 특성에 따라 '8 to 4' '10 to 6'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일선 매장도 근무 일정을 조정해 전 직원의 근로시간을 1시간씩 단축하기로 했다. 이마트 폐점시간도 오후 11시로 당겨진다.

신세계는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신, 업무의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불필요한 회의 및 회식 등을 최소화하고 업무시간 내 개인 활동은 금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주당 근로시간을 35시간으로 단축하면서도 임금삭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우리도 선진국처럼 임직원들에게 '휴식이 있는 삶'을 제공하겠다는 최고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이번 제도의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재계 10위권인 대기업이 일괄적으로 근무시간을 단축하는 건 초유의 시도다. 

따라서 신세계의 이같은 근로시간 단축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업계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반응이다. '근로자의 여가 보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동참한다는 의미 정도로 보는 시각이 크다.

신세계의 조정안은 단순히 근무시간 조정이 핵심일 뿐 연장근로 허용 여부나 휴일근로수당 중복가산 여부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신세계의 다소 파격적인 시도들이 정작 성과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실험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신중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기업들은 최대 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조차 당장 큰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제조업체의 경우 24시간 공장이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35시간 근무는 상상할 수도 없고 52시간 최장근로 시간 단축도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생산라인이 없는 신세계 등 일부 유통업체에서나 가능한 일(주 35시간 근무)"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확산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봤다.

또 경제단체 관계자는 "신세계의 근무제 전환은 연장 근로시간 제한 등 민감한 쟁점과 관련이 없는 사안인 만큼 '직원 여가 확대' 정도의 의미를 둘 수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박소연 기자 thdus524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