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했다는 이른바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이 9시간에 걸친 조사 끝에 귀가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는 지난 19일 오후 2시 뇌물공여 등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이 전 원장을 재소환했다.
검찰은 전날 오후 11시까지 9시간에 걸쳐 이 전 원장을 상대로 그가 1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상납 지시를 '자백'한 이유와 발언의 진위 등을 추궁했다.
당초 그는 검찰 조사에게 '청와대 측' 요구로 월 1억원대의 특활비를 상납했다는 사실까지는 인정했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서는 함구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심사에서 이 전 원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 자금을 요구해 특수활동비를 제공했다"고 깜작 발언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이 전 원장은 박 전 대통령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특활비 제공을 요구했고, 전임 원장 때부터 이어져 온 관행이라 생각해 돈을 전달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그는 '검찰 조사와 달리 법정에서 말하는 것은 문서로 남지 않기 때문에 그간 차마 내 입으로 말하지 못한 것을 얘기했다'라는 취지로 검찰 등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이 발언이 증거 인멸 우려를 희석하는 요소로 작용해 법원이 영장을 기각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같은 날 영장심사를 받은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은 모두 구속됐다.
특히 검찰 대신 법원에서 사실을 털어놓고 구속을 피하는 선례가 남을 경우 다른 피의자들에게 까지 영향을 끼칠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상납액이 세 전직 원장 중 가장 많은 25억∼26억원에 달하고 별도의 혐의도 있는 만큼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