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초 '벤처붐' 거품붕괴 vs 온기 확산, 내년 1000 돌파 전망
코스닥 지수가 상승할수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2000년도 벤처 붐이 일어났을 때 처럼 거품붕괴 현상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뚜렷한 실적이 바탕 되지 않고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 등 정책적 수급이 지수 급등을 이끌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IBK투자증권 관계자는 "상장한 지 채 1년도 안 된 신라젠의 시총이 한미약품보다 크다"며 "지금 코스닥시장은 상식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 코스닥시장에서 정보기술(IT) 버블이 꺼질 때 9개월 사이에 지수가 82%가량 하락했다"면서 "지수가 지금보다 더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 끝은 아주 험악하고 처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코스닥 상장사들의 실적이 양호하다는 점에서 이런 우려가 지나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제약·바이오주의 상승 속도가 너무 빨라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코스닥지수 상승의 필요조건인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지수는 위로 열려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이날 발표된 코스닥 기업들의 올해 9월까지 누적 순이익은 5조3496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8.4%나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34.2%)을 앞서고 있다.
NH투자증권 관계자 역시 "내년으로 갈수록 코스피보다 코스닥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더 높게 나오고 있다"며 "최근의 강세장은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점에서 2000년 당시 벤처 열풍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등 일부 업종 쏠림 현상이 상승 흐름에 부정적인 요소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특히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대장주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이 부담스럽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코스닥시장이 지금 들어가기에는 지수가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과 정부 정책, 수급의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며 내년에도 코스닥시장이 강세장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B증권은 최근 별도 보고서를 통해 코스닥지수가 내년 1000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다.
임상국 KB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 국면에서 국내 중소형·코스닥 기업의 성장 모멘텀이 지속하고 이익 증가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벤처·창업활성화 지원 등 정부 정책과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확대 방안 등은 코스닥 상승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신아일보] 이동희 기자 ldh1220@shina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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