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총격사고' 사망 원인, 도비탄 아닌 '유탄'
'철원 총격사고' 사망 원인, 도비탄 아닌 '유탄'
  • 박영훈 기자
  • 승인 2017.10.09 16: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방부 "직접 날아온 유탄에 맞아 사망"… 해당 사격장 즉시 폐쇄
사격부대 중대장 등 3명 구속영장… 사단장 등 16명은 징계 조치
사고가 발생한 사격장과 사고 지점 요도 및 자동사격시 총구 들림 현상에 따른 유탄 가능성 개념도. (자료=국방부 제공)
사고가 발생한 사격장과 사고 지점 요도 및 자동사격시 총구 들림 현상에 따른 유탄 가능성 개념도. (자료=국방부 제공)

강원도 철원 소재 육군 부대에서 발생한 총탄 사망사고의 원인은 당초 육군 설명과 달리 도비탄(跳飛彈)이 아닌 직선으로 날아온 유탄(流彈)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군 당국은 이번 사고가 병력인솔부대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안전조치 및 사격통제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책임자에 대해 구속영장 청구와 징계 등의 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9일 현장 감식과 부검 등을 실시한 결과, 이모(22) 상병의 사망 원인이 사격장에서 직선으로 날아든 유탄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숨진 이 상병은 사망 당시 계급이 일병이었으나 육군은 상병으로 추서했다.

유탄은 표적을 빗나간 탄환을 말한다. 군은 당초 이를 다른 물체와 충돌해 방향이 바뀐 도비탄으로 추정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에서 총상 원인이 뒤집혔다. 사실상 의문사가 될 뻔했던 이 상병의 사망원인이 특별수사를 통해 밝혀진 셈이다.

국방부는 "사격장 구조상 200m 표적지 기준으로 총구가 2.38도만 상향 지향돼도 탄이 사고 장소까지 직선으로 날아갈 수 있다"며 "사격장 사선에서 280m 이격된 방호벽 끝에서부터 60m 이격된 사고 장소 주변의 나무 등에서 70여개의 피탄흔이 발견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유탄인 것으로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도비탄에 의한 사고 가능성에 관해서는 "사망자의 머리에서 회수한 탄두(파편화된 4조각)는 우리 군에서 사용하는 (K-2 소총) 5.56㎜ 탄두 파편"이라며 "탄두에 충돌 흔적과 이물질 흔적이 없어, 다른 물체와 충돌 없이 사망자의 머리 속에 파편화돼 박혀있어 도비탄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또한 조준사격 가능성에 관해서도 "사격장 끝단 방호벽에서 사고장소까지 약 60m 구간은 수목이 우거졌고, 사선에서 사고장소까지 거리는 약 340m로 육안에 의한 관측 및 조준사격이 불가능하다"고 결론 내렸다.

아울러 "사격훈련부대 병력이 (진지공사) 인솔부대의 이동계획을 사전에 알 수 없었으므로 이동시간에 맞춰 살인 또는 상해 목적으로 조준사격을 계획했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사격훈련부대와 병력인솔부대가 다르고, 병력 상호 일면식이나 개인적 원한관계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직접 조준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고 이 모 상병의 두부에서 나온 탄알 파편. (자료=국방부 제공)
고 이 모 상병의 두부에서 나온 탄알 파편. (자료=국방부 제공)

유탄과 함께 이 상병의 이동을 인솔한 부대, 사격훈련을 실시한 부대, 사격장 관리 부대 등 사단 전반에서 나타난 안전조치·사격통제의 부실함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먼저 이 상병 등 병력들이 전투 진지 공사를 마치고 복귀시 인근 사격장에서 실사격 훈련을 하는 총성이 들렸음에도 인솔 간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병력이동을 중지하거나 우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가는 등 안전통제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청취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사격훈련부대는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에 경계병 4명을 투입하긴 했지만, 이들에게 명확한 임무를 부여하지 않아 경계병들은 이 상병 등 이동병력을 통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사격장관리부대는 사격장에서 사고장소인 영외 전술도로 방향으로 직접 날아갈 수 있는 유탄에 대한 차단대책을 강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더군다나 과거에도 여러 번 유탄 사례가 있었음에도 사격장과 피탄지 주변에 경고간판 설치 등의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단사령부 등 상급부대에서도 안정성 평가 등을 통해 사격훈련부대와 영외 전술도로 사용부대에 대한 취약 요소를 식별하지 못하는 등 조정·통제 기능 발휘가 미흡했다.

이와 관련, 특별수사팀은 사격훈련통제관으로서 경계병에게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지 않은 최모 중대장(대위)과 병력인솔 부대의 간부인 박모 소대장(소위), 김모 부소대장(중사) 등 3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또 사단장 등 사단 사령부 책임 간부 4명과 병력인솔부대, 사격훈련부대, 사격장관리부대의 지휘관 및 관련 실무자 등 12명은 지휘감독 소홀 및 성실의무 위반 등의 책임이 있다고 판단해 육군에 징계 조치토록 했다.

육군은 운용 중인 모든 사격장에 대한 특별점검을 통해 안전 위해요소를 파악해 보완할 예정이며, 해당 사격장에 대해서는 즉각 사용중지 조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격장 안전관리 인증제 △사격장관리관·사격훈련통제관 자격 인증제 △사격통제 매뉴얼 표준화 등 3중 안전관리체계를 포함한 안전대책을 강구해, 유사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육군 관계자는 "안전관리를 '전투준비태세 유지'의 전제조건으로 인식하고 '안전육군 만들기 마스터 플랜'을 추진해 제도적 기반을 구축·행동화함으로써 유사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XML

[신아일보] 박영훈 기자 yhpark@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