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파 확인' 美과학자 3인,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
'중력파 확인' 美과학자 3인,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10.03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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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배리시, 킵 손, 라이너 바이스
아인슈타인이 예측한 중력파 실제로 관측
상금은 기여도 따라 바이스가 절반 수여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 캘텍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라이너 바이스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 캘텍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사진=AFP/연합뉴스)

 

'중력파(重力波)' 존재를 확인한 미국 과학자 3명이 올해 노벨물리학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은 아인슈타인이 1세기 전 주장한 중력파 존재를 실제로 확인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3일(현지시간) '라이고/비르고 협력단'(LIGO/VIRGO Collaboration) 소속 라이너 바이스(85)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명예교수와 배리 배리시(81) 캘리포니아공과대학(캘텍) 교수, 킵 손(77) 캘텍 명예교수 등 3명을 올해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에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를 세우고 40여년간 프로젝트를 수행한 끝에 지난 2015년 9월 14일 중력파를 처음으로 검출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1916년 앨버트 아인슈타인 (Albert Einstein)이 예측했던 중력파를 100년 만에 검증해낸 것이다. 중력파의 간접 증거가 발견된 적은 있었으나, 직접 검출이 이뤄진 것은 인류 과학 역사상 처음이었다.

중력파를 관측으로 입증한 이 발견은 우주 탄생을 이해하는 데 큰 구멍을 메워 줄 우리 시대의 가장 큰 과학 발견 중 하나로 꼽힌다.

중력파는 별이 폭발하거나 블랙홀이 부딪히는 등의 대규모 우주현상이 일어났을 때 강력한 중력이 발생해 마치 물결처럼 파동 형태로 우주 공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 존재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으로 예측됐으나, 그동안 기술적인 한계 등으로 증명하지 못해 중력파는 아인슈타인이 남긴 마지막 수수께끼로 불리기도 했다.   
   
중력파가 지나갈 땐 시공간도 미세하게 변하는데, 중력파가 지상의 4km 길이 검출 장치를 휩쓸고 지나갈 때 일어나는 미세한 시공간의 변형을 라이고 연구진은 정밀 측정으로 검출해냈다. 

지난해 라이고 연구진이 첫 중력파를 포착한 결과를 발표하자 당시 일각에선 진짜 중력파가 맞는지 의구심을 나타냈었지만, 올해 6월 세 번째로 중력파를 포착하면서 노벨물리학상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많았다.  

노벨위원회는 '중력파' 확인은 "세계를 흔들었던 발견"이라면서 수상자들은 40여 년간의 노력 끝에 마침내 중력파를 관측하는 데 성공해 완전히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열었으며 천체물리학에서 혁명을 이뤄냈고 평가했다.

(사진=노벨위원회 제공)
(사진=노벨위원회 제공)

라이고 연구는 1980년대에 바이스 명예교수와 킵 손 명예교수 등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했다. 이후 20여 개국 출신 100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로 발전해 중력파 확인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특히 참여 연구진에는 한국중력파 연구협력단 등 국내 과학자 14명도 포함돼 있다. 이들은 주로 신호검출과 기기 잡음을 제거를 위한 데이터 분석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도왔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을 이끄고 있는 이형목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노벨상 수상은 여러 과학자들의 협력에 의해 가능한 것"이라며 "그동안 노벨상이 많이 나왔지만 국내 연구진이 기여한 경우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올해 노벨상 부문별 상금은 900만 크로나(약 12억7000만 원)다. 이날 노벨위원회가 수상의 50%를 기여했다고 밝힌 바이스가 상금의 절반을 받고, 배리시와 손이 각각 25%씩 받게 된다.

세 과학자는 프로젝트의 각각 다른 단계에서 이론적·실험적 기여를 했는데, 기여도에 따라 상금을 배분한 것이다.   

프로젝트의 밑그림을 그리고 과학계에 제안한 바이스 명예교수의 공로가 가장 크게 인정받은 셈이다. 그는 1970년대에 중력파 관측을 방해하는 배경 노이즈를 극복할 수 있는 초정밀 레이저 간섭계를 설계해 중력파 탐지의 주춧돌을 놓았다.

또 노벨위원회는 프로젝트 제안 단계에서 바이스 교스 등과 주도적 기여를 한 손 명예교수와 라이고 프로젝트의 펀딩·건설·운영을 이끈 배리시 교수가 이보다는 적은 기여를 했다고 봤다.

바이스는 이날 노벨위원회와 한 전화통화에서 수상소식을 전해 듣고 "(함께 고생한) 연구진 1000명의 성과를 인정한 것이라고 여기겠다"며 "그것은 40년에 걸친 아주 헌신적인 노력이었다"라고 밝혔다.

손 교수도 AP통신 인터뷰에서 "이번 수상은 인류 전체의 승리"라며 "중력파는 향후 몇 년, 몇십 년이 아니라 몇 세기간 인류가 우주를 탐사하는 데 있어 강력한 방법이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역대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은 이번 수상으로 3명의 수상자를 더 추가했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