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다윤·조은화 '마지막 등교'…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길"
허다윤·조은화 '마지막 등교'…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길"
  • 문인호 기자
  • 승인 2017.09.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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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찾아 후배들과 인사… "잘하는 것 하면서 행복하길"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허다윤 양 이별식에서 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왼쪽에서 두번째)와 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청 도서관 앞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 조은화,허다윤 양 이별식에서 은화 양의 어머니 이금희 씨(왼쪽에서 두번째)와 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숨진 고(故) 허다윤(당시 단원고 2학년2반·여)양과 조은화(단원고 2학년1반·여)양이 25일 마지막으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찾아 작별을 고했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치른 유족들은 은화·다윤 양의 유골과 함께 오전 11시20분 단원고 정문에 도착했다.

단원고 재학생 200여명은 긴 수학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운구행렬이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정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이르는 언덕길에 나왔다.

학생들은 리무진이 지나가자 '별이 된 선배님 잊지 않을게요', '돌아와줘 감사합니다', ‘추운 바닷 속에 나와 이제는 따뜻한 곳에서 편히 쉬세요’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묵념했다.

이후 차에서 내린 유족, 지인, 학교 관계자 100여명 등은 줄지어 교실이 있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은화·다윤 양의 어머니는 딸의 마지막 등교를 보기 위해 감정을 추슬러가며 지인들의 부축을 받고 울면서 3층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교실에 다다르자 이들은 감정을 참지 못하고 연신 그리운 딸의 이름을 부르며 오열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복도도 금세 울음바다로 변했다.

2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이어진 세월호 희생자 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이별식에서 운구를 실은 차량이 두 학생의 모교인 단원고를 돌아본 뒤 학생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25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이어진 세월호 희생자 고 조은화·허다윤양의 이별식에서 운구를 실은 차량이 두 학생의 모교인 단원고를 돌아본 뒤 학생들의 배웅을 받으며 떠나고 있다.

딸의 마지막 교실을 잠시 둘러본 유족들은 11시38분께 1층 현관으로 내려와 단원고 재학생들과 함께 이별식을 진행했다.

은화·다윤 양의 어머니는 눈물을 참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딸의 후배들에게 할 말이 있다며 잠깐 마이크를 잡았다.

은화 양의 어머니는 이금희씨는 "은화는 예쁜 딸이었다. 세월호 속에 있다가 돌아왔다. 너무 사랑하는 아이다“면서 ”딸에게 선생님 말씀 잘 들어라. 친구들과 잘 지내라고만 했지 사랑한다는 표현을 많이 못 했다. 엄마 아빠는 은화를 목숨보다도 더 사랑한다"면서 흐느꼈다.

이어 "여러분들은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기 바란다"며 "다윤이는 춤을 좋아했고, 은화는 수학을 좋아했다. 각자가 잘 하는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했다.

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다윤이는 엄마를 많이 사랑했다. 내가 다윤이를 사랑한 것보다 다윤이는 엄마를 더 많이 사랑해줬다"면서 "다윤아 네가 좋아하던 학교에 왔어. 너 보내주기 싫은데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학생들에게 "엄마 아빠 많이 안아드리고 서로 사랑하면서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바닥에 앉아 이들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이던 학생들은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

이후 단원고 학생대표 유희정 양은 학생들이 쓴 '선배님의 죽음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돌아와줘 감사합니다' 등의 메시지를 낭독한 뒤 추모글을 유족에게 전달했다.

이별식을 마친 오후 12시께 은화·다윤 양의 운구행렬은 재학생들과 교직원들의 배웅 속에 수원 연화장으로 향했다.

은화·다윤 양의 유골은 화장해 화성 효원납골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