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가 스카이콩콩?…'박진감 부족' 논란
태권도가 스카이콩콩?…'박진감 부족' 논란
  • 신아일보
  • 승인 2008.08.2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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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베이징올림픽 태권도 남녀 경기에서 금메달 2개를 한꺼번에 수확해 "종주국 자존심을 지켰다"는 환호가 터져나온 가운데 일각에서는 태권도의 비인기 종목 전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새어나오고 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의 '태권도 영웅' 문대성이 이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으로 선정되면서 태권도 중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태권도 경기 진행 방식 및 올림픽 내 위상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태권도는 상대적으로 지루한 경기 진행과 판정 시비 문제, 세계화 부진에 따른 일부 국가의 메달 싹쓸이 현상 등으로 지난 2005년 IOC 총회에서 퇴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존폐 위기 속에서 겨루기 외 품새 종목 도입, 연장전 실시, 경기장 면적 축소, 도망가는 행위에 벌점 부여 등 경기규칙이 수정됐으나 새로 바뀐 경기를 지켜본 일부 시민들은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날 경기를 시청하다가 지루해서 다른 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돌렸다는 김지혜씨(31·여)는 "국제적 스포츠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 속성 중 하나인 오락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김씨는 "판정에 얽힌 잡음이 계속될 소지가 있고,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것도 혁신의 요구가 끊이지 않는 이유"라며 "종주국인 한국에서조차 태권도가 일상적·지속적 관심을 받고 있는지, 태권도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가 충분한지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말했다.

퇴근길에 DMB 휴대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는 김명경씨(35)는 "우선 관중 수가 적어 아쉬웠다"며 "경기 내용도 흥미진진하지 못해 씁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금메달을 잃더라도 태권도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많은 관심을 받는 것이 더 큰 수확일 것"이라며 태권도 저변 확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nea5627'라는 누리꾼은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태권도는 다른 종목보다 재미가 덜한 것 같다"며 "역시 그간 제기돼온 것처럼 경기 진행 방식에 좀 더 변화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jjangtwo'는 "화려한 발기술이 핵심인 무술이 이렇게 쩨쩨한 경기를 해서 되겠느냐"며 "고난이도 기술을 구사하면 점수를 후하게 주고, 방어만 하면서 도망다니지 못하도록 경기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nscircle'도 "펜싱처럼 선제공격이 유리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며 "품새도 체조처럼 창의적이고 화려한 경연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라리 올림픽 종목에서 태권도를 제외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noos1080'는 "이번 경기에서도 발차기 후 일부러 넘어져 상대공격을 원천봉쇄하거나 상대의 발차기를 자신의 다리로 막거나 도망만 다니는 등의 비신사적 행위가 계속 연출됐다"며 "차라리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빼는 것이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태권도를 잘 몰라서 하는 소리"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rinoa321'는 "태권도가 재미 없는 것이 아니라 원래 격투기 종목이 배경지식 없이 보면 그럴 수 있다"며 "경기규칙을 숙지하고 선수들 심리전, 작전싸움 등에 몰입해 감정 이입하며 보면 흥미진진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태권도를 '스카이 콩콩'이나 '개구리 뜀뛰기'만 하다 끝나는 경기라고 비유한다면 유도는 옷만 잡아뜯다가 끝나기 일쑤고 레슬링은 엉겨 붙다가 끝난다고 우스개소리를 할 수 있겠지만, 사실 전부 훌륭한 스포츠"라고 덧붙였다.

'asdf12433'도 "대련 방식의 경기에서 선수들은 서로 무슨 기술을 걸까 생각하며 머릿 속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항상 긴장감 넘치고 볼만한 것"이라며 태권도의 묘미를 설명했다.

조모씨(40)는 "어쨌든 태권도가 종합순위 7위를 유지하는 견인차 역할을 한 효자 종목임은 분명하다"며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론의 장을 통해 개선해나가면 될 것"이라고 태권도 옹호 측에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