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 FTA 폐기 여부 내주 참모들과 논의할 것"
트럼프 "한미 FTA 폐기 여부 내주 참모들과 논의할 것"
  • 김다인 기자
  • 승인 2017.09.0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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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 보도…"FTA 잔류 가능성 속 폐기 준비도 진척"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여부를 내주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허리케인 ‘하비’ 수해를 본 텍사스 주 휴스턴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참모들에게 ‘한미FTA 폐기 준비를 지시했다’는 내용이 현지 매체 워싱턴포스트(WP)로 보도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FTA의 일부 개정이나 수정·재협상을 넘어 협정 자체의 파기를 준비 중이라는 WP의 보도를 사실상 확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앞서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FTA 폐기를 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하라고 보도했다.

WP는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이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이 FTA에 조건을 재협상하기 위해 협정에 남는 결정을 할 수 있지만, FTA 폐기를 위한 내부 준비는 많이 진척됐으며 공식적인 폐기 절차는 이르면 다음 주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조치는 미국과 동맹인 한국 양국이 북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위기에 직면한 시점에 경제적 긴장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WP의 지적처럼 이 사안이 한·미 양국의 안보 공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에 맞서 한국과 미국이 대북제재와 압박, 미사일 지침 개정 등 동맹 차원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다만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등 백악관과 행정부 고위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WP는 “백악관 고위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협정 폐기 움직임을 막는 것은 북한이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실험, 일본 상공으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점점 더 적대적이 되는 시점에 한국 정부를 고립시키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협정을 폐기하고, 한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어떤 논의도 거부하기로 한다면 양국 간에 무역전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WP에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현시점에서 발표는 없다”고 밝혔다.

한미FTA는 지난 2007년 조인돼 2012년 발효됐다. 한국은 미국의 6위 상품교역국으로 양국 간의 무역규모는 1122억 달러 수준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FTA 공동위원회 특별회기에서 미측은 FTA 발효 이후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크게 늘었다며 개정 협상을 즉시 시작하자고 요구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한미 FTA가 양국에 상호 호혜적이라는 주장을 거듭하며 FTA 시행 효과 등에 대한 공동 조사와 평가를 먼저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핵 문제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를 고리로 FTA 개정에 강수를 두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는 좁아지는 양상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FTA가 폐기된다면 미국 전자제품과 휴대전화, 자동차 등 한국산 관세를 끌어올리고 이에 맞서 한국도 미국산 농산물 등에 대한 수입 관세를 크게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신아일보] 김다인 기자 di516@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