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는 민심
[칼럼] 박근혜 대통령만 모르는 민심
  • 신아일보
  • 승인 2016.11.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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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길 신아일보 기자

 
“자주 오는 손님이 너네 나라 왜 그러냐고, 나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데 순간 확 창피하더라. 페이스북하고 뉴스보고 알았대”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의 말이다.

외국인들도 ‘최순실 비선실세 의혹’ 사태를 지켜보며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타국에서 생계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 교민들은 최순실 게이트로 혼돈에 빠진 조국을 바라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까 싶었는데 이런 대답을 듣고 나니 오히려 더욱 씁쓸하다.

오늘 출근길에는 지하철을 탔다. 발 딛을 틈조차 없는 러시아워 시간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평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주위를 살펴볼 수밖에 없었다.

많은 지하철 승객들은 보통 핸드폰에 집중하며 DMB를 시청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연예소식을 살펴보곤 한다.

그러나 오늘은 모두들 모바일 뉴스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중간 중간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또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사진이 사람들이 보고 있는 기사 내용을 짐작케 했다.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있자니 문득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얼마 전 드라마 ‘혼술남녀’에서 주요 소재로 다뤘던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을 비롯해 공시생의 꿈을 이룬 공무원들은 동력마저 잃은 듯하다.

9급 공무원이 3급까지 올라가려면 보통 33년을 근무해야 하고, 행정고시 합격 후 5급으로 시작해도 20년 넘게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공직 경험이 전무한 30대가 정권 실세 측근이라는 이유로 3급 공무원이 됐다고 하니 수십만 명의 공시생들과 공무원들이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경찰청에 몸담고 있는 한 친구 녀석은 “가정도 돌보지 못하고 죽도록 일만하고 있는데 좌절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 씨 관련 의혹은 자고 일어나면 양파껍질 까듯 계속해 나오고 있다.

피같은 국민들의 세금이 엉뚱한 자들의 사리사욕에 쓰이는 정황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고, 별 직업도 없는 여자는 기업들에게 큰돈을 뜯어 재산이 수백, 수천억에 달한단다.

국정은 날이 갈수록 혼란에 빠지고 있고 민심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 모든 의혹들의 최종 종착지는 바로 이 나라의 대통령이다. 그렇다면 의혹들을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할까.

검찰은 헌법상 대통령이 형사소추의 대상이 아니어서 임기 중엔 수사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을 건너뛴 채 현사태의 의혹들은 해결될 수 없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안긴 절망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자청해서 조사를 받겠다고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들끓는 민심을 짓밟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대통령의 ‘불통’은 결국 자신을 향한 화살이 된다는 사실을 박 대통령만 모르고 있는 듯해 안타깝기까지 하다.

‘배신의 정치’를 비난했던 박 대통령이 국민의 믿음을 배신한 자신과 비선실세들에겐 얼마나 엄격할지 지켜볼 일이다.  

/이상길 신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