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지하에 비밀기지" 청와대 직원 사칭 억대 사기극
"광화문 지하에 비밀기지" 청와대 직원 사칭 억대 사기극
  • 고아라 기자
  • 승인 2015.09.2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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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실장 닮은꼴 외모… 대통령 통치자금 미끼로 2억 가로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비슷한 외모를 이용해 그의 친척 행세를 하며 2억원대 사기를 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청와대 산하 통치자금 관리부서 직원으로 행세하면서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뜯은 혐의(사기)로 김모(59)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 등 5명은 건설시행사 3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를 모의했다.

김씨 일당은 지난 3월4일 전라도 순천에 사는 정모(55·여)씨에게 접근해 "전직 대통령들의 비자금 1280조원을 관리하는 청와대 소속 '국고국' 직원"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의 비밀 통치자금 1천280조원이 22명의 차명계좌에 나뉘어 들어있다"며 "이를 공식자금으로 전환하는 비용 1억원을 빌려주면 며칠 내로 2억원을 돌려주고 추후 공로금 30억원도 주겠다"고 정씨를 꼬드겼다.

김씨의 경우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닮은 용모를 이용해 그의 6촌 동생 행세를 하면서 피해자들을 믿게 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얼굴이 김 전 실장과 아주 많이 닮았다"며 "직접 김씨를 보고는 외모를 보고 다들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지인의 소개로 김씨를 알게 된 정씨는 이들의 그럴듯한 말에 속아 서울 광화문까지 올라와 모아둔 1억원을 넘겨줬다.

김씨 일상은 돈을 받으면서 '통치자금 존재 사실을 누설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보안각서도 쓰게 했다.

이들은 이전에도 비슷한 사기 행각을 벌여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수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전직 대통령들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청와대 국고국'은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이같은 거짓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면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아일보] 고아라 기자 ara@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