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따뜻한 희망 이야기 쓰고 싶어”
“‘현대인의 따뜻한 희망 이야기 쓰고 싶어”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5.01.0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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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이야기’로 이상문학상 대상 받은 김숨
 

“사람마다 ‘어떠함’이 있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공간, 저의 집을 좋아하고 그곳에서 머물 때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이에요. ‘뿌리 이야기’는 저의 그 ‘어떠함’이 투영된 작품입니다.”

올해 이상문학상 대상을 거머쥔 소설가 김 숨의 말이다. 지난 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지난 1998년 ‘중세의 시간’으로 문학동네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 숨은 소설집 ‘국수’를 비롯해 ‘백치들’ ‘철’, ‘나의 아름다운 죄인들’, ‘물’,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 등의 장편소설을 선보였다.

지난 2013년 대산문학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현대문학상, 허균문학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숨은 “뜻밖의 수상”이라며 운을 뗐다.

“단편에서 중편으로, 경장편으로 내용을 확장하려 했지만 중편으로 정리했어요. 하지만 작품을 내고 나서 아쉬웠어요. 문장이 더 섬세해야 했어요. 반성했습니다.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고 제가 생각하는 작품의 운명과 작품 자체의 운명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심사위원회에 따르면 ‘뿌리 이야기’는 뿌리내리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철거민, 입양아, 종군위안부 등 우리 사회에 굳건히 뿌리내리지 못한 ‘뿌리 들린’사람들의 이야기다.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광화문을 지나가다가 그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이식한 나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공포감이 밀려왔습니다. 나무는 한 자리에서 태어나 죽는 존재입니다. 그런 나무를 생각 없이 다른 곳으로 옮기는 거죠. 낯선 흙에 묻힐 때 나무도 공포감을 느꼈을 거예요. 그런 공포감을 작품에 투영하려 했습니다.”

그는 “사람은 (심근성 뿌리처럼) 깊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사람이 있고, (천근성 뿌리처럼) 좀 더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식물도 사람과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어떠함’이 있듯, 나무마다 ‘어떠함’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뿌리 이야기’를 쓰면서 종군위안부의 삶에 관심을 두게 됐다는 김숨은 그들의 힘겨운 삶, 그리고 언젠가는 그릴 수 있을 따뜻한 희망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종군위안부 할머니들도 하나 둘 사라지겠죠. 한국전쟁을 겪었던 세대도 사라지고…. 어느 날 그 사건들을 증언할 수 있는 단 한 분만 존재하는 때가 올 거예요. 그분에 대해서 써보고 싶어요. ‘뿌리 이야기’를 쓰면서 생각했어요. 피가 섞이지 않았는데도, 누군가의 손을 잡았을 때, 그게 탯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살면서 있는 것 같아요.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