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왕처럼, 왕비처럼 대접”
“예술가를 왕처럼, 왕비처럼 대접”
  • 이은지 기자
  • 승인 2014.01.1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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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덕 사장, 반세기 예술인생 책 속에 담다

“예술가를 왕처럼, 왕비처럼 대접하려 했다”

[신아일보=이은지 기자] 올해 팔순을 맞은 ‘공연계 대부’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사진)이 50년간의 공연 예술 인생을 담은 에세이 ‘공연의 탄생’을 출간했다.

자전적 에세이지만, 반세기 동안 공연예술 인생 외길을 걸은 ‘대부’답게 그의 개인적 체험과 성취는 한국 공연예술의 성장 및 성숙과 상당 부분 겹친다.

‘이종덕 사단’이라 불리며 현재 공연계에서 가장 왕성히 활동 중인 후배들은 오는 21일 출판기념회를 준비 중인데, 문화예술계 인사 700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김의준 국립오페라단장, 박인건 KBS교향악단 사장, 안호상 국립중앙극장장, 이창기 강동아트센터 극장장, 노재천 안양문화예술재단 대표 등이 그의 ‘후배’들로 잘 알려졌다.

최근 인터뷰에서 그는 “내 삶은 50년간 무대 뒤에서 이뤄져 왔는데, 이렇게 주인공으로 나서려니 어쩐지 쑥스럽다”며 웃었다. 그는 자신을 무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앞 광대’를 묵묵히 돕는 ‘뒷 광대’라 칭한다.

1963년 문화공보부(현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과 공무원으로 공연계와 첫 인연을 맺은 그는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88서울예술단을 거쳐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성남아트센터, 충무아트홀까지 국내 대표적 공연장의 사장을 모두 역임했다.

강수진은 2002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 내한 공연이 성사됐던 당시를 떠올리며 “공연 후 발레단 전체를 위한 리셉션을 마련해주셨다. 리셉션장을 내가 좋아하는 노란색으로 치장하는 세심한 배려를 놓치지 않으셨다.(…) 당시 원활한 행정 처리와 아티스트에 대한 자상한 배려는 발레단으로 하여금 한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갖게 만들었다”고 적었다.

1974년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했던 정명훈에게 김포공항에서 광화문까지의 카퍼레이드를 열어준 것도 이종덕 사장이었다. 정명훈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만 허용되던 국가 이벤트였다”라며 감사함을 전한다.

그는 “늘 예술가를 왕처럼, 왕비처럼 대접하려 했다”며 “예술가들에게 최선의 조건을 제공해줘야, 예술가들도 관객들에게 최선의 기량을 펼칠 수 있다고 믿는다”는 소신을 밝혔다. 대한민국에서 그만큼 무용 공연을 많이 본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스스로 대단한 애호가이기도 하다.

올해로 팔순을 맞았지만, 그는 오늘도 ‘꿈’을 꾼다. 요즘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새벽이라도 일어나 메모를 적어야만 직성이 풀리고, “땀 냄새 나는 현장에 남고 싶어” 하루도 빼놓지 않고 헬스장을 찾는다.

최근 임기가 1년 연장된 충무아트홀에서는 ‘창작 뮤지컬의 활성화’를 목표로 뛰고 있다. 충무아트홀은 뮤지컬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정체성과 공공 공연장으로서의 책임 사이에서 늘 고민해왔는데, 그 접점으로 ‘창작 뮤지컬’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당장 오는 3월 제작비 약 30억원을 투입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 무대에 오른다.

그에게 남은 바람을 물었더니, 러시아 예술을 세계에 알린 명 예술행정가 디아길레프의 이름을 꺼낸다.

“디아길레프는 예술가도 아니고 공연 기획자도 아니였습니다. 다만 그들을 가장 사랑하고 이해하며 그들에게서 가장 존경을 받는 예술행정가였지요. 후배들에게 그런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