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더 훨훨 날아오르길”
“국립발레단 더 훨훨 날아오르길”
  • 오규정 기자
  • 승인 2013.12.0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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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 최태지 단장, 12년간 한국 발레 르네상스 견인

 
“어떻게 12년을 견뎠느냐고들 물어보시지만 사실 뒤돌아 보면 전 너무도 행복했어요. 그만큼 발레단을 온 맘으로 사랑했습니다. 이제는 발레단이 제 손을 떠나 또 한 번 비상하길 소망할 뿐이에요.”

[신아일보=오규정 기자] 한국 발레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평가받는 최태지 국립발레단장(54, 사진)이 오는 31일을 마지막으로 발레단을 떠난다.

잠시 정동극장장으로 떠나있던 시기도 있었지만 1996년부터 2001년까지, 그리고 다시 돌아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12년간 국립발레단의 수장 자리를 지켜왔다.

그의 진두지휘 아래 보잘것없던 한국 발레의 외·내형은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김주원·김지영·이원국·김용걸 등의 스타 무용수가 등장했고, ‘해설 있는 발레’ 프로그램 등을 통해 발레가 대중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는 120여회의 공연 횟수, 90여명의 단원 등으로 2000년 대비 발레단 몸집을 두 배가량 불렸으며 동시에 발레단 곳간에 유리 그리가로비치·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등 세계적 안무가들의 작품을 부지런히 채워넣었다.

그의 노력에 관객들이 열렬히 ‘응답’하기 시작했다. 2008년 67%였던 유료 관객 점유율은 지난해 90%를 넘어섰다.

지난 3일 서울 서초동 국립발레단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다 한 것 같다”며 “이제는 새 바람이 필요한 시기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발레단의 손을 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처음 단장직을 맡았을 때는 무식해서 용감했던 것 같아요.(웃음) 발레를 알려야 한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밀어붙이고 또 밀어붙였죠. 하지만 이제 저는 현실을 99% 아는 사람이 돼버렸어요. 새 바람이 필요한 때가 온 거죠. 국립발레단이 다시 새로운 백지에서 멋진 그림을 그리길 바랍니다.”

진작부터 결심했다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발레단”이기에 헤어짐이 아쉽다.

자신의 후임으로 오게 된 강수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수석무용수에게 거는 기대도 컸다. “해외 경험이 풍부하니 발레단에 좋은 레퍼토리를 많이 심어줄 것으로 기대해요. 한국 발레에 새로운 페이지를 열어줬으면 합니다.”

그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될까. 단체장을 다시 맡을 생각은 전혀 없지만, 교육 등 발레와 연관된 분야에서 본인이 해야 할 몫이 있다면 감당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스스로를 돌보는 데에만 시간을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