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행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충남도의회 행감,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 내포/김기룡 기자
  • 승인 2013.11.24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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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가 허물을 벗다’라는 뜻의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구태를 벗어던지고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매미가 껍질을 벗는 것은 변화다. 또 껍질을 빠져나가는 건 혁신이고 위기 탈출이다. 이렇듯 이 성어에는 변화와 혁신이 함께 담겨있다.

지난달 충남도에 대한 행정사무감사(행감)를 앞두고 도의회는 “행감의 내실화를 위해 매년 동일·유사한 지적사항을 미리 파악, 이의 개선여부와 함께 사업실적 미흡, 시책의 효과성 부족, 예산의 낭비적 요인, 도민불편사항 등을 꼼꼼히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며 “집행부에 사전 자료 요구를 통해 적극적인 감사를 실시하겠다”고 강조, 사실상 금선탈각을 선언했다.

구태를 버리고 변화와 혁신으로 생산적이고 대안을 제시하는 감사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이어서 ‘혹시나’ 하는 기대에 부풀었다. 더욱이 제9대 도의회의 마지막 행감이기 때문에 도민 관심사항과 현안사업들에 대한 고강도 감사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그 기대는 ‘역시나’가 됐다. 공염불이 돼 버린 거다.

지난 20일 한 위원회의가 도 산하기관에 대한 행감을 실시했다. 오전 9시 30분 시작된 감사에서 의원들은 이 기관의 사업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여기에는 10년여전 자료도 포함돼 있어 피감기관이 난처함에 처했다. 결국 자료제출 준비를 이유로 정회, 오후 2시에 가까스로 개회 됐다. 앞서 14일에 열린 한 군청에 대한 또 다른 위원회의 감사에서도 현장에서 자료를 요구해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준비부족을 보여 준 것으로 구태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충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 및 조사에 관한 조례‘ 제9조 1항에 따르면 ‘서류의 제출, 관계인의 출석증언 등에 관한 요구는 의장이 요구서를 발부해야 하며, 그 해당일의 3일전까지 송달 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 자료를 요구한 것은 조례에 어긋나는 셈이다. 도의원들이 자신들이 만든 조례를 어겨 비난을 자초한 꼴이 돼 버렸다. 자질이 의심받는 대목이다.

피감기관의 시책운영 과정에서 합법·합목적성이 존중돼 있는가를 검토·평가해 잘못된 시책이나 집행사항에 대해 시정·개선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의원들의 피나는 연구와 학습이 요구된다. 매미가 잠깐의 화려한 변신을 위해 짧게는 6년 길게는 17년의 긴 세월을 참아가며 껍질 속에서 자기를 단련하고 숙성시키면서 화려한 날개 짓을 준비하는 것을 배워야 했다.

매미가 참을성이 없이 자신의 옛 모습에 집착했다면 이 지구상에서 살아 남아있지 못했을 게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변화가 바로 생존조건이다. 과거에 안주하는 사람은 결코 미래를 앞서 갈 수 없다. 먼저 움직이고 먼저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금선탈각은 도전하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상이다. 따라서 내년 7월제10대 도의회 입성을 꿈꾸는 의원들이 새겨들어야할 사자성어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