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2’ 수험생 심정으로 만들었다
‘친구2’ 수험생 심정으로 만들었다
  • 전민준 기자
  • 승인 2013.11.1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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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 ‘화려한 기록’의 친구, 12년만에 다시 도전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는 화려한 기록을 자랑한다.
2001년 개봉 때 820만 관객(배급사 집계)을 동원해 사상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이후 1000만 관객 영화가 여럿 나온 지금도 ‘미성년자 관람 불과’ 등급으로는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그로부터 12년. 곽경택 감독이 영화 친구의 후속편 ‘친구2’를 들고 나오며 다시 한 번 기록에 도전한다.
9일 부산 해운대의 한 숙소에서 만난 곽 감독은 “친구2를 만드는 1년 동안 고3 수험생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며 제작 소감을 털어놨다.
이미 ‘신드롬‘이 돼버린 영화의 속편을 만든다는 건 곽 감독의 표현처럼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이었지만 지인과의 우연한 ‘수다’가 제작의 단초가 됐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가는 차 안에서 지인과 농담을 했죠.
‘1편의 준석(유오성 역)이 17년 만에 출소하고, 동수(장동건)에게 숨겨진 아들 성훈(김우빈 역)이 있어서 서로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이렇게 출발했던 이야기가 살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열흘치 식량과 함께 틀어박혀 줄거리를 완성했죠.”

 
그는 친구2의 배경을 2010년으로 잡았다. 아들 성훈이가 살해당할 때의 아버지 동수 나이인 20대 후반이 되고 준석이 어느덧 40대가 된 시기다. 세대가 다른 두 주인공을 내세우면서 전편보다 더 다양한 감정과 풍성한 내러티브를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성훈이는 IMF 외환위기 속 가정파괴를 보고자라며 삐뚤어진 신세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돈이면 된다고 생각하죠. 40대 준석은 스스로에 대한 회한과 고독을 느끼는 인물입니다. 영화는 이 둘의 콤플렉스가 엮는 드라마입니다.”
여기에 1960년대 준석의 아버지 철주(주진모 역)의 이야기가 회상장면으로 합쳐지면서 시대극의 요소도 더해졌다.
현재 곽 감독의 고민은 영화의 흥행 여부다.
1편의 후광 덕에 14일 개봉도 전에 이미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지만, 이것은 ‘양날의 칼’이다. ‘1편만 한 속편 없다’는 속설이 늘 따라다닌다.
“1편처럼 유행어와 함께 임팩트 있는 장면에 대한 부담이 있었습니다. 제작단계에서 (유행어를) 억지로 집어넣기도 해봤지만 결국 다 빼버렸습니다. 그러다가 12년 전 1편의 아성을 깨고 싶어 시작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관객들이 열심히 촬영했다는 것만 알아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영화에는 삶을 관통하는 듯한 잔잔한 대사들이 좋다. 특히 “인생에서 결국 후회할 선택만 하고 사는 게 그게 건달 아니겠나?”라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1편의 ‘아버지 뭐하시노’에 버금가는 위트 넘치는 대사도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카에다’라는 단어에 웃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친구2를 제작하며 곽 감독이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친구3’ 등 후속편도 제작할 의향이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친구2도 감당하기 힘들어 후속편은 생각해보지 못했다”면서도 “누군가 나에게 도저히 거부하지 못할 제안을 해온다면 맨주먹의 낭만이 있는 철주의 시대를 말하는 ‘친구 리트로’를 제작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