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판 도가니’ 특수학교 성추행 논란
‘부산판 도가니’ 특수학교 성추행 논란
  • 부산/김삼태 기자
  • 승인 2013.10.31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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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로 내부 종결” 학교·장학관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

부산에서 벌어진 특수학교 성추행 사건은 한 교사에 의해 장기간 은밀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특히 해당학교가 한 용기 있는 여교사의 제보로 성추행 사건 전말을 알게 됐으나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드러나 ‘부산판 도가니사건’으로 비화되고 있다.
30일 부산시 교육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지난 7월 16일 가해교사 박모(32)씨가 수업시간에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신체적 접촉을 하는 장면을 한 여교사가 목격해 성고충상담원에게 신고하면서 외부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다음날 이 학교 보건교사가 여학생 4명으로부터 성희롱 고충 신고서를 받았다. 여학생들은 ‘(가해교사가) 귀엽다는 듯 엉덩이를 자주 때렸다’, ‘수업중 손이 기분 나쁘게 접촉했다’, ‘짧은 바지를 입었다고 손으로 허벅지를 때렸다’, ‘뒤에서 안는 자세, 옆구리 찌르는 행동을 했다’ 등을 진술했다.
‘선생님이 손을 옷 안으로 집어넣으면서 아빠라고 생각하라고 했다’는 구체적인 피해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측은 이를 근거로 시 교육청 담당 장학관에게 전화를 걸어 “(가해교사가)학생들에게 사과하고 내부 종결 처리됐다”고 보고했다. 담당 장학관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대로 끝나는 듯하던 특수학교 성추행 사건은 9월 2일 동래경찰서에 성폭력 관련 신고가 접수되면서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피해학생 2명이 경찰서에서 피해자 진술을 했고 다른 2명은 수능준비를 이유로 진술을 거부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부산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는 10월 2일 부산시 교육청과 해당 특수학교에 수사개시를 통보했다.
하지만 담당 장학관은 내부 종결됐다는 학교 측의 말만 믿고 경찰 수사 개시 사실을 교육감 등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해당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성폭력특별수사대는 처음 상담한 보건교사와 가해교사를 차례로 소환조사를 했다.
경찰 조사결과 박 교사는 2010년 4월부터 지난 7월까지 시각장애 여학생 4명에게 친밀감을 빙자해 몸을 끌어안고 엉덩이와 허벅지를 만지는 등 모두 7차례에 걸쳐 강제로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28일 박 교사에 대해 불구속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피해학생 4명 중 2명은 박 교사의 처벌을 원했고 다른 2명은 명확한 처벌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 교육청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지난 23일 다른 특수학교 교장과 장학사 3명을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특히 조사에 나섰던 다른 특수학교 교장은 정확한 사건 내용도 모른 채 가해교사를 비호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피해학생과 학부모를 상대로 진술을 받아 2차 피해를 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시 교육청은 사건이 접수된 지 3개월 만인 지난 24일 가해교사인 박씨를 직위해제 했다.
지난 25일에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부산시 교육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특수학교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에 대해 학교와 교육청이 은폐했다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비롯한 감사위원들의 질타를 받은 시 교육청은 특별감사를 약속했다.
부산시 교육청은 지난 28일부터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감사단을 해당학교에 보대 각종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29일 가해교사를 포함해 해당 특수학교 교장, 교감, 담당장학관, 다른 특수학교 교장 등 모두 11명에 대해 징계와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보고서를 국회와 교육부에 보냈다.
가해교사는 파면 또는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대상이 됐고 교장과 교감은 성폭력을 신고하지 않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은 책임이 밝혀져 징계 대상에 올랐다.
이번 진상조사 결과 학교 측과 가해교사가 성추행 사건을 3개월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이 드러났고 학생들에게 2차 피해를 준 사실도 밝혀졌다.
특히 제보교사에 대한 회유와 협박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제보교사는 지난 7월 19일 성추행 사건 처리와 관련해 교무부장으로부터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반면 특수학교 교장과 교무부장은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