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회장 독방 수감… 직접 설거지도
이재현 CJ회장 독방 수감… 직접 설거지도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7.0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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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서열 14위인 CJ그룹 오너 이재현 회장이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탈세 및 횡령·배임 혐의로 2일 서울구치소에서 첫 수감생활을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첫 재벌 총수의 구속이란 점에서 법조계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이 회장의 구치소 수감 생활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검찰은 지난 1일 밤 늦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서울중앙지검 청사내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회장에 대해 영장을 집행하고 곧바로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이 회장이 머물고 있는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는 대기업 총수뿐 아니라 정치인과 정부 고위 관료 등 내로라하는 거물급 인사들이 수감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법조계에서 서울구치소를 '범털 집합소', 'VIP 집합소' 등으로 비유하는 것도 각계각층에서 이름을 떨치던 유명 정치·기업인 등 실세들을 한 곳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체포되거나 구속영장의 집행을 받은 사람을 지칭하는 미결수용자로 분류된다. 징역형·금고형 또는 구류형의 선고를 받고 형량이 확정된 건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엄연히 수형자 신분이 아니다.

통상적으로 구치소에 입소하면 간단한 신분확인을 거친 뒤 건강진단과 목욕 등을 마치고 구치소 생활에 필요한 의류와, 침구, 세면도구, 운동화 등의 물품을 지급받는다. 필요한 경우 자비로 생활용품을 구입할 수도 있다.

수의는 2심 재판에서 형이 확정되기 전인 미결수는 황토색, 형이 확정된 기결수는 청색이기 때문에 이 회장은 황토색 수의를 입고 지낸다.

구치소 내에서 호칭은 '회장님'이란 직함 대신 이름 또는 수인번호를 부르도록 돼있다.

이 회장은 일반 수용자들과 격리된 독거실(독방)을 배정받아 쓰고 있다. 수용자가 생활하는 방을 지칭하는 수용거실은 죄명, 형기, 죄질, 범죄전력, 나이, 개인 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이 회장이 다른 수용자들과 혼거할 경우 서로가 불편하기 때문에 독거실에 수감했을 뿐 일종의 특혜는 아니라는 게 법무부의 설명이다. 다른 수용자들이 묵는 혼거실에도 TV, 변기, 세면시설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수용자 편의 측면에서 독거실과 큰 차이가 없는 편이다.

서울구치소 독거실은 6.56㎡(약 1.9평) 규모다. 방 내부에는 접이식 매트리스(담요포함)와 관물대, TV, 1인용 책상 겸 밥상과 함께 세면대와 화장실이 설치돼있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치소 내 급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원칙적으로 식사는 외부 음식 반입이 금지되며 구치소가 제공하는 정해진 메뉴에 따른다.

주식은 1일 3회 쌀과 보리의 혼합곡을 지급하며 열량은 1일 2500㎉ 기준이다. 국경일이나 성탄절과 같은 기념일에는 '특별' 음식을 지급한다. 이 회장은 독거실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설거지도 직접 처리해야 한다.

비록 구치소에 수감된 영어(囹圄)의 신세지만 영치금으로 신문, 잡지, 도서 등을 구독·구매할 수 있어 이 회장은 외부의 소식을 접하거나 기업 동향 등도 간간이 살필 수 있다.

다른 대기업 총수처럼 옥중 결제나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가급적 큰 사안이 아니면 이 회장이 직접 경영에 관여하거나 업무를 챙길 일은 없을 것이라고 CJ그룹은 전했다.

이 회장은 앞으로 구치소에서 변호사들을 수시로 접견하며 검찰 수사와 재판에만 전념하고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이 회장이 대기업 회장이지만 안정된 환경에서 보호·지원하는 교정 원칙 외에, 일반 수감자들과는 달리 과도한 특혜나 편의 제공으로 괜한 오해를 사진 않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반적인 교정 행정 지침에 따르되 다른 수용자들과 마찬가지로 특이사항이 있을 경우엔 수시로 법무부에 동향이 보고된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 회장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다른 주요 인사들처럼 독거실에서 생활하게 된다"며 "이 회장이 유명 인물이긴 하지만 사생활을 고려해 구치소 내 생활 등은 상세히 알려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구치소 관계자도 "이 회장이 구속된 수용자이지만 구치소내 사생활도 정보보호의 대상이기 때문에 수감생활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서울구치소에는 최태원 SK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 재계 총수들뿐 아니라 이상득·정두언 전 의원,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 정관계 인사들도 동일한 조건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촌처남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이사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신재민 전 문화관광부 차관, 정봉주 전 의원 등도 서울구치소를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