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검거에 과학적 기법 도입돼야”
“범인 검거에 과학적 기법 도입돼야”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7.02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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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경창설 67주년, 강은경 경감 ‘으뜸 여경’

한국 경찰에서는 생소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 개발에 매달려 온 한 여성 경찰관이 있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에 근무하고 있는 강은경(32·사진) 경감이 그 주인공.
경찰청은 지난 1일 여경 창설 67주년을 맞아 강 경위를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 개발에 대한 공로로 올해의 으뜸 여경으로 정하고,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진시켰다.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은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범죄와 관련된 장소들을 예측해내는 기법이다.
‘수사 전문가’를 꿈꾸며 지난 2005년 경찰에 입문한 강 경감(당시 경위)은 2007년 과학수사센터에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지리적 프로파일링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
당시까지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들은 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생소한 영역이었다. 강 경감은 ‘한양에서 김서방 찾기’와 다름 없는 범인 검거에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보다 과학적인 기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 경감은 “경찰이 전문가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미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 경감과 개발팀은 인력과 예산이 제대로 편성돼 있지 않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스템 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2009년 4월 한국 경찰이 독자 개발한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이 탄생했다.
공간통계기법을 활용해 △연쇄범죄자의 거주지 △추가적인 범행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 △범죄 위험 지역 등을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새로운 시스템은 킥스(KICS·형사사법정보시스템)를 통해 경찰의 수사 데이터와 연동된다. 또 현장 경찰관만이 갖고 있는 수사 경험을 예측 알고리즘에 반영했다.
따라서 이론만을 토대로 만들어진 선진국의 시스템보다 예측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지리적 프로파일링을 활용해 범죄 예상 지역 중심으로 순찰활동을 실시한 지역에서 범죄 발생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9.5%, 인천 연수경찰서는 44.8%, 광주경찰청은 31.5%씩 범죄 발생률이 급감했다.
또 이 시스템은 경기 서남부 연쇄 강도강간 사건, 전북 군산 연쇄 강도강간 사건 등이 발생했을 때 범인의 거주지를 예측해 사건을 해결하는 데 활용됐다.
강 경감은 현재 시스템 개발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예측 기법과 자료를 추가로 구축하는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강 경감은 국내에서는 드문 여경 출신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이기도 하다. 프로파일러가 되기 위해 경찰대(21기)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심리학까지 전공했다.
지금은 경찰 안팎에서 지리적 프로파일링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시스템 개발 단계에서는 우려도 있었지만 지금은 많은 분들이 격려해주셔서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일반적인 행정가보다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