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 회장 구속… "증거인멸 도망 우려"
이재현 CJ 회장 구속… "증거인멸 도망 우려"
  • 윤다혜 기자
  • 승인 2013.07.0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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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그룹 비자금 조성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재현 회장이 1일 저녁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 회장은 이날 받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 돼 박근혜 정부 들어 첫 구속 수감된 재벌 총수가 됐다.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면서 탈세 및 횡령·배임 혐의로 CJ 이재현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사전구속영장이 1일 발부됐다.

이날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맡은 서울중앙지법 김우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에 대한 소명이 있고 기록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여진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설명했다.

법원이 범죄 혐의가 소명된 점을 인정한 것은 상대적으로 검찰이 혐의 입증을 위해 제출한 물증이 상당히 구체적이고 다양했을 것이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는 곧 이 회장에 대한 기초 수사가 치밀하고 탄탄하게 이뤄졌다는 것과 상통한다.

CJ측이 내세웠던 방어권 보장을 법원이 수용하지 않은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른 일반 범죄에 비해 재벌 비리에 대한 더욱 엄중한 잣대를 적용하는 한편, 대기업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행된 증거인멸에 대해 중하게 판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로써 이 회장은 검찰의 수사 착수 41일 만에 영어(囹圄)의 몸 신세가 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수사단계에서 재벌 총수가 구속된 건 이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이날 오후 10시53분께 구치소로 향하기 전 취재진의 'CJ 임직원과 국민께 한말씀 해달라'는 질문에 "다시 한번 국민께 심려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원 판단을 존중하느냐'는 질문에는 굳은 표정으로 대답을 회피한 채 서둘러 검찰 차량에 올라탔다. 이 회장은 이날 밤 서울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윤대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수천억원대 비자금을 운용하면서 600억원 안팎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를 받고 있다.

또 CJ제일제당, 홍콩·인도네시아 등 해외 법인에 급여나 경비 지급을 가장해 10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일본 도쿄소재 빌딩 2채 매입과정에서 회사에 300억원 안팎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있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라 이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는 징역 5~9년, 횡령·배임 혐의는 징역 5~8년이 선고될 수 있다. 최근 재계 비리에 대해 엄벌하는 추세여서 범행 수법 등에 따라 형량이 가중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이 회장을 구속한 만큼 당분간 보강 수사에 주력하는 한편, 남은 기간 수사의 동력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주식거래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이용이나 외국인 자본을 가장한 시세조종 의혹, 서미갤러리로부터 사들인 미술품을 해외에 은닉하고 국외로 비자금을 빼돌린 의혹 등이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회장을 10일 이내에 기소해야 하지만 법원이 수사의 지속성을 인정하면 구속 기간을 한 차례에 한해 최장 10일까지 연장 가능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CJ 비자금 수사는 이달 20일 전후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이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17시간여동안 강도높게 조사한 후 다음날인 26일 구속영장을 창구했다.

검찰은 이 회장에 앞서 지난달 27일 비자금 관리총책인 CJ글로벌홀딩스의 신동기(57) 부사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로 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