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달맞이길 ‘월광욕’
해운대 달맞이길 ‘월광욕’
  • 신아일보
  • 승인 2008.04.1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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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충 부산지방국토관리청장
“최근 부산 해운대구가 해운대 달맞이길 2.2km를 문탠로드(Moontan Road)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문탠’이라…, 하기사 따사로운 햇볕으로 마사지하는‘선탠’이 있는 마당에 달빛 즐기기를‘문탠’이라 이름붙인다 해 이상할 건 없겠다”

아무튼 이 길은 달빛 아래를 걸으면서 건강을 얻고 사색도 할 수 있는 길로 꾸며질 전망이다. 구청 측은 전체구간을 5대 테마거리로 조성하는 한편, 매달 보름을 전후하여 달빛명상 기체조, 달빛음악제, 달빛영화제, 달빛촬영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이곳을 웰빙 관광명소로 가꾸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달빛이 인간의 감성을 회복하고 생리작용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 구상인데, 밑천 들지 않는 달빛까지도 관광 상품으로 개발해낸 아이디어가 놀랍고 신선하다.
옛 부터 달은 우리네의 정서와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유교문화권에서는 희로애락의 감정을 곧이곧대로 드러내는 것을 상스럽게 여겼고, 은인자중을 군자의 덕목으로 평가하였다. 말하자면 밝고 강렬한 태양보다는 은은하고 부드러운 달빛이 더 어울리는 문화라고나 할까. 숱한 시인묵객들은 즐겨. 달을 노래했고, 의식 있는 선비들은 전원에서 유유자적하게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삶을 지족으로 여기곤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의 질서 그 자체가 달의 차고 기우는 섭리에 맞추어 엮어져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정보화가 진전되고 인간의 시야가 드넓은 우주의 영역까지 확대된 오늘날에도 만물이 24절기에 따라 어김없는 운행을 반복하고 있는 걸 보면 신비로울 따름이다.
달은 또 인간의 정서를 맑게 순화시켜주는 특효약이다. 아무리 무뚝뚝하고 감성이 메마른 사람 일지라도 교교한 달빛을 대하노라면 한없이 순수하고 여린 마음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휘영청 밝은 보름달은 보름달대로, 아스라한 그믐달은 또 그것대로 나름의 빛깔과 멋을 지닌채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인(情人)들은 늘 달빛 아래서 애틋한 사랑을 속삭였다. 물론 그 달도 옛 날 같지 않아진지는 오래다. 이미 40년전에 닐 암스트롱이 달에 발자국을 남긴 이후, 인류는 이미 달을 훌쩍 건너뛰어 더 멀리 우주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마침내 한국도 그 대열에 동참하기에 이르렀다. 1969년 7월의 어느날, 금성사TV의 흑백화면을 통해 아폴로 11호가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마치 딴세상의 신기루인양 여겼었는데, 바로 엊그제에 우리 한국인이, 그것도 가녀린 처녀가 처음으로 우주로 날아오른 것이다.
2008년 4월 8일을 기해 우리 곁에도 우주공간이 성큼 다가온 셈이다. 비록 이번에는 러시아의 우주선에 편승한데 불과하지만 우주에 대한 꿈과 비전을 놓지만 않는다면 머지 않아 우리 손으로 만든 우주선이 우리 땅의 발사대를 박차고 올라 달에 이르고, 나아가 광대무변한 우주세계를 휘저을 날이 오게 되리라.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달의 존재는 한낱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만 남게 될 뿐인가? 아마도 그렇게 되진 않을 듯하다.
꾸준한 우주탐사경험이 축적되어 달의 실체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이 과학적으로 규명되긴 했지만, 달은 여전히 우리들 마음 한켠에 신비로움으로 남아있다.
탁 트인 들녘에 누워 밤하늘의 별과 달을 바라보노라면 세상시름을 잊게 되고 누구라도 감상에 젖지 않을 수 없다. 팍팍한 삶을 살아가는 소시민의 눈에 비친 달에는 오늘도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방아를 찧고 있고, 월궁 속의 항아가 다소곳이 인사를 건네고 있음이다. 화창한 봄날저녁에 해운대 달맞이길을 찾아 문탠을 즐겨보는 것도 꽤 괜찮은 호사가 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