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언제까지 혈세로 먹여 살려야 하나
공기업 언제까지 혈세로 먹여 살려야 하나
  • 신아일보
  • 승인 2008.04.0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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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건 부국장
“노동 생산성은 경쟁이 있고 없고에 따라 엄청난 차이와 영향을 끼친다”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에는 기업들이 투자가 많아져서 장비가 좋아지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고, 지식기반이 높아져도 생산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노동의 주체인 사람들의 태도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일하고 열정적으로 새로운 기회를 찾는 태도 만큼 인간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것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경쟁이 있고 없고에 따라 사람의 생산성에 엄청난 차이와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공기업들은 이러한 경제 논리의 기본이 제대로 작동되기 힘든 구조에 놓여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 비리 실태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법인 카드로 골프 향응과 룸 살롱 등의 유흥비로 ‘흥청망청’ 쓰고, 복리후생비를 편법으로 올려 지급하는 등 온갖 비리와 불법 관행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기업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살아 남기에 부심하고 있는데, 공기업들은 국민의 혈세를 바탕으로 개혁 무풍지대에서 온갖 탈법과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석탄공사는 허위문서까지 만들어 부도 위기의 건설업체에 수천억원을 대출해 주었다. 증권예탁결제원은 특정 직원을 채용하려고 시험 점수를 조작했고, 마사회는 시간외 수당을 기본급으로 바꿔 직원들의 배를 불렸다. 석유공사는 구조조정을 하는 척하면서 편법을 동원, 간부 수를 오히려 늘렸다.
감사원 예비감사 결과가 이 정도니 본감사에서 어떤 비리들이 드러날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현재 진행 중인 31개 공기업에 대한 본감사가 끝나면 더 많은 비리 사실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비리를 지켜봐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어쩌다 한 번씩 실시되는 감사만으로는 공기업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더욱 그렇다.
공기업 비리는 그 근원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에는 아무리 잘라내고 솎아내도 또 다시 자라나는 독버섯과 같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개혁을 외쳤지만 아직도 공기업은 부실과 비리의 온상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권 교체기마다 공기업 개혁 과제가 단골 메뉴로 등장했지만 지금껏 성공적 공기업이 나왔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다.
공기업의 개혁은 민간이 할 수 있는 분야는 완전히 민간의 손에 맡기는 것이 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임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공기업의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것은 DJ 정부 시절이었다. DJ 정부는 11개의 공기업을 민영화하기로 하고 그 중 포항제철, 한국중공업,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등 8개 공기업의 민영화에 성공했다. 한국전력, 가스공사, 지역난방공사의 민영화는 중단되어 있는 상태다. 특히, 노무현 정부는 민영화에 소극적이어서 철도청이 철도공사로 민영화된 것을 제외하고는 민영화의 실적이 없다. 물론 철도청의 공사화를 민영화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일이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커 보이는 김대중 정부의 민영화 업적조차도 공기업 전체의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할 뿐이다. 지난해 4월 기획예산처가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공기업은 101개이고, 기타 공공기관으로 197개의 기관이 있다. 이들 기관은 다시 시장형 공기업, 준시장형 공기업,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이 중에서도 특히 시장형 및 준시장형 공기업은 민영화의 필요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시장형 공기업으로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공사, 한국(및 인천) 공항공사, 부산(및 인천) 항만공사가 있고, 준시장형 공기업으로는 한국관광공사, 한국방송광고공사, 한국마사회, 대한광업진흥공사, 한국감정원 등이 있다.
언제까지 이런 공기업들을 혈세로 먹여 살려야 하는가. 우리가 공기업의 민영화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눈앞의 저항을 무릅 쓸 정부의 의지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고비용, 저효율의 공기업 민영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공기업을 민영화하면 기업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각종 비리도 줄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어쩌다 한 번씩 실시되는 감사만으로는 더이상 공기업 비리를 뿌리 뽑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