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사과’로 변한 과학비즈니스벨트
‘황금 사과’로 변한 과학비즈니스벨트
  • 김 기 룡
  • 승인 2011.02.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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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는 트로이 전쟁의 모티브가 된 황금사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펠리우스 왕과 테티스 여신의 혼인 잔치에 초대 받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나타나 ‘황금 사과’를 던져 놓는다.

이 사과는 공교롭게도 헤라 여신과 아테나 여신, 아프로디테 여신 사이에 떨어진다.

불화의 싹을 던진 것이다.

황금 사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께’ 이어서 트로이아의 왕자 파리스에게는 헤르메스를 통해 제우스의 명이 전해진다.

황금 사과의 주인을 가리라는 것. 제우스도 가리지 못한 일을 인간이 심판할 수는 없다.

게다가 황금사과 세 여신 중 한명에게 주면 다른 두 여신의 노여움을 사게 되는 무서운 상황이다.

파리스가 이것을 사양하지만 헤르메스의 달변에 현혹되어 그만 이 심판을 맡고 만다.

그런데 이 사과를 차지하기 위해 세 여신은 파리스가 자신을 선택 시 줄 수 있는 선물을 제시한다.

헤라여신은 동방 전체의 지배권을 줄 것을 약속한다.

아테나 여신은 모든 전쟁에서의 승리와 지혜를 약속한다.

마지막으로 아프로디테 여신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와의 사랑을 약속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 여신이 제안을 택했다.

헬레네는 스파르타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다.

그녀를 빼앗겠다는 것이다.

파리스는 여신들의 아름다움을 놓고 심판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제안한 대가를 보고 심판한 것이다.

결국 그의 현명하지 못한 선택이 트로이아를 멸망케 했다.

이러한 그리스 신화 같은 이야기가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일 신년 방송좌담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충청권 유치를 약속했던 대선 공약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이 말은 바로 황금사과로 변해 이를 차지하기 위한 공방이 치열하다.

충청권의 반발을 뒤로하고 각 시·도가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남과 영남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영남은 형님을 앞세워 형님벨트 조성을 하려한다.

전남도 제1야당의 프리미엄을 등에 업고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급기야 분산 유치라는 극약처방도 마다 않고 있다.

나눠 먹자는 것이다.

국가 백년대계가 정치적 힘겨루기와 흥정의 시험대에 올라선 것이다.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형국에 국회 입법조사처는 ‘과학벨트 입지논란과 해결의 기본원칙’을 마련했다.

과학벨트 입지선정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원칙에는 정부가 법에 따른 절차를 준수하면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정부는 황금사과의 신화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트로이 멸망을 교훈 삼으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