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프리미엄 라면의 한계
[기자수첩] 프리미엄 라면의 한계
  • 정지은 기자
  • 승인 2024.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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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하림 푸드로드 투어를 다녀왔다. 현장에서 더미식(The 미식) 유니자장면, 푸디버디 어린이 라면, 육개장 칼국수 등 하림의 대표 HMR(가정간편식)을 시식했다. 더미식 라면은 ‘프리미엄’을 내세운 라면답게 시중에 파는 라면보다 건더기도 많고 국물도 깊은 맛이 났다. 같이 간 기자들도 대부분 맛있다는 반응이었다. 제조 공정을 보니 ‘신선한 식재료로 최고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하림 철학에 맞게 더 좋은 재료로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의 결과도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도 잠시였다. 이어 인스턴트 대표 제품인 라면치고는 비싸다는 반응이 나왔다. 라면은 저렴하게 한 끼를 먹을 수 있는 대표적인 서민 음식인데 굳이 비싼 돈을 들여야 하냐는 말이었다. 게다가 요즘처럼 고물가 시대에 ‘최저가 전쟁’이 한창인 유통가에서 고가의 라면이 승부가 되겠냐는 의견도 나왔다. 이 가격이면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타사 제품을 선택하거나 차라리 외식을 선택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는 하림이 지난 2021년 10월 계열사인 하림산업을 통해 ‘더미식(The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하며 간편식 시장에 발을 들였을 때부터 나온 지적이었다. 하림이 이후 즉석밥과 밀키트, 요리밥, 만두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더미식’ 브랜드를 확장할 때도 이런 고가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실제 라면만 놓고 가격을 비교해 봐도 대형마트 판매가 기준 하림 장인라면은 7800원(4개입)으로 경쟁사 농심 신라면 3900원(5개입), 오뚜기 진라면 3580원(5개입) 대비 2배 이상 비싸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김홍국 하림 회장은 ‘더미식 장인라면’을 출시할 당시 더미식을 연매출 1조5000억원의 메가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프리미엄 전략은 되레 걸림돌로 작용한 듯하다. 때문에 하림의 HMR은 아직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실정이다. 더미식 장인라면의 지난해 기준 라면 시장에서 점유율은 1% 수준에 그쳤다. ‘첨가물을 하나도 넣지 않았다’고 강조한 더미식 백미밥 역시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이에 하림산업의 적자 규모는 △2020년 294억원 △2021년 558억원 △2022년 867억원 등 최근 3년간 확대됐다.

하림 관계자는 “좋은 제품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면 소비자들이 언젠가 알아줄 것”이라고 말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10원까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요즘 고가전략으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향후 하림이 출시하는 HMR은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길 기대해본다.

love1133994@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