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 세탁건조기, 시그니처에 대한 단상
[기자수첩] LG 세탁건조기, 시그니처에 대한 단상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03.2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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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야 할까 실망해야 할까. 최근 LG전자가 내놓은 ‘초프리미엄 가전’ LG시그니처 세탁건조기를 살펴보며 든 감정이었다. 그동안 LG전자가 선보인 대부분의 시그니처 라인업은 비싸긴 해도 시대를 앞선 기술력과 디자인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입증했지만 이번엔 그런 느낌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가운 건 예전보단 가격 면에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이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출고가는 690만원으로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일반제품 대비 수배 비싼 건 아니다.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에 미니워시를 장착한 제품의 출고가는 500만원을 넘긴다. 그러나 기술면에선 인상적인 게 없었다.

LG전자가 약 한 달 전 판매를 시작한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국내 최초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 올인원 세탁건조기(세탁25kg, 건조13kg)다. 미니멀리즘과 리얼 스테인리스 소재로 유행 타지 않는 디자인을 완성했고 빨래를 옮기지 않고 세탁부터 건조까지 끝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에 출시 소식에 소비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만 주목을 오래 받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다음날 ‘비스포크 AI 콤보’를 내놨고 이에 LG전자도 올인원 세탁건조기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를 예정보다 일찍 공개한 탓이다.

특히 양사가 연이어 선보인 세탁건조기는 세탁 25kg, 건조 15kg 제품으로 LG 시그니처 제품보다 사양이 뛰어났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가 디자인은 좋지만 기본적인 건조용량이 보급형보다 떨어진 셈이다.

물론 앞선 것도 있었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는 세탁·건조과정에서 100% 트루스팀을 제공한다. 미니워시가 기본으로 장착됐고 세탁물 무게 감지를 기존 30~50초에서 2~3초로 단축했다. 음성인식이나 스마트 터치 도어 등 편의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그간 ‘시그니처’ 이름을 내걸고 선보인 기술격차에 비하면 미흡하다는 생각이다.

LG전자가 지난 2016년 첫 선보인 77인치 TV ‘LG 시그니처 올레드 TV’는 올레드 패널 뒤에 투명 강화유리 한 장만 부착해 유리조형 작품을 연상시켰다. 당시 출고가는 4100만원으로 삼성 78인치 SUHD TV(1290만원)보다 3배가량 비쌌지만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출고가 1억원6667만원인 롤러블 TV(LG시그니처 올레드R)도 시그니처 라인업을 대표한다.

현재는 단종 됐지만 이번 제품에 앞서 선보인 LG 시그니처 세탁기도 남다른 기술을 자랑했다. LG전자는 이 제품에 서스펜션 시스템(Centum System)을 적용해 소음·진동을 최소화했고 작동 중인 세탁기 위해 3층 높이 카드탑을 쌓아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강력한 인버터 DD모터를 장착하고 LG세탁기 모터보다 2배인 20년을 보증기간으로 제공했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