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전세자금 대출 완화, 집값 거품 떠받쳐…DSR 적용해야"
경실련 "전세자금 대출 완화, 집값 거품 떠받쳐…DSR 적용해야"
  • 남정호 기자
  • 승인 2024.03.20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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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자금 조달' 수요 증가로 이어져 갭투자 환경 조성
대출 보증 기준 강화·임대인 반환보증 의무화 등 요구
20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전세자금 대출 실태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남정호 기자)
20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열린 '전세자금 대출 실태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 (사진=남정호 기자)

전세자금 대출 완화가 집값 거품을 떠받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세자금 조달이 손쉬워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고 전세가율이 상승해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은 전세자금 대출에 대한 DSR 적용과 보증 기준 강화, 임대인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20일 서울 경실련 강당에서 '전세자금 대출 실태 분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경실련이 지난 2008년부터 2023년 9월까지 정권별 전세자금 대출 잔액 증가액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126조원으로 가장 많았고 박근혜 정부(28조6000억원), 이명박 정부(6조1000억원), 윤석열 정부(-600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경실련은 전세자금 대출 증가가 주택 전셋값과 매맷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각 정부의 임기 말 평균 매매가격 상승액은 △문재인 정부 1억7000만원 △박근혜 정부 5000만원 △이명박 정부 2000만원 △윤석열 정부 -4000만원으로 전세자금 대출 잔액 상승액이 높았던 순서와 같다.

전세자금 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하다. 이 같은 대출 부담 완화는 임차인이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게 함으로써 전셋값 상승 원인이 된다는 게 경실련의 견해다. 

이에 따른 전세 수요 증가로 전세가율이 오르면 갭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집값이 오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가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은 주담대 제한 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늘어난 전세자금 대출 때문에 집값 하락기에도 전셋값이 내려가지 않아 깡통전세 우려를 높인다고 지적했다.

김성달 경실련 사무총장은 "정부가 세입자들에게 빚을 안겨주면서 그 돈으로 다시 높은 전세보증금을 유지하게 되고 그것이 다시 집값 거품을 떠받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전세자금 대출이 확대되는 통로로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자금보증 기준 완화를 지목했다.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HF 전세자금보증 공급액 현황을 보면 연평균 공급액은 윤석열 정부가 47조4000억원으로 제일 많다. 건당 금액 역시 현 정부가 7400만원으로 가장 크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전세자금보증 임차보증금 요건을 7억원으로, 보증 한도는 4억원으로 완화한 바 있다. 부부 합산 소득 1억원 초과 1주택자와 보유 주택 가격 9억원 초과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보증도 허용했다. 그 결과 2023년은 9월까지만 반영됐는데도 윤석열 정부의 연평균 금액과 건당 금액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는 게 경실련의 분석이다.

경실련은 △전월세 신고제·주택임대 사업자 등록 의무 시행 △전세자금 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전세자금보증 기준 강화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 반환보증 가입 의무화 △장기 공공주택 대거 공급 △전세 사기 주택 대한 공공 우선 매수권 활용 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최근 들어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전세대출을 더욱 늘리고자 애쓰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방침이 계속된다면 전세제도가 가진 위험성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south@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