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형’ 보험계약대출, 지난해 71조원 달해 ‘사상 최대’
‘불황형’ 보험계약대출, 지난해 71조원 달해 ‘사상 최대’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3.18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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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해약도 증가…“급전 필요한 서민 늘어난 영향” 
(이미지=신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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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계약을 담보로 보험사로부터 돈을 빌릴 수 있는 보험계약대출 규모가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보험 해약 건수 역시 크게 늘었다.

18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정무위원회)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 보험계약대출 잔액은 71조원이다. 이는 전년(68조원) 대비 3조원, 2021년 말(65조8000억원)보다 5조2000억원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가입자가 보험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 환급금 내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 환급금 50~95% 범위 안에서 대출받을 수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 해지 환급금이라는 담보가 확실한 만큼, 낮은 위험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돈을 빌리는 소비자 역시 신용도 관계없이 당일 대출이 가능한 점 등 은행보다 문턱이 낮아 급전이 필요할 경우 접근성이 높다.

이 때문에 보험계약대출은 비교적 서민이 경기가 안 좋은 시기에 찾는 ‘불황형 대출’로 꼽힌다. 

보험계약대출은 보험가입자가 해지 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면 해당 보험계약이 해지돼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 그런데도 이 대출 이용이 늘었다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돈을 빌리는 가계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지난해 보험 해약 건수도 크게 늘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합계 보험 해약건수는 2021년 1만1466건에서 2022년 1만1654건, 2023년 1만2922건으로 늘었다.

경기 부진과 고물가·고금리에 불황형 대출 문을 두드리고, 기존에 보유한 보험계약까지 해지할 정도로 서민 자금 사정이 열악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오기형 의원은 “보험계약대출과 보험 해약 증가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부가 서민정책금융상품 공급 확대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