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네'…카드사 혁신금융서비스 '무색'
'소문난 잔치 먹을 것 없네'…카드사 혁신금융서비스 '무색'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3.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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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예금상품 비교·추천 '천편일률'…그나마 출시도 못해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카드사들이 혁신금융서비스 마련에 소홀해지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 초창기만 하더라도 카드사들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세운 신규 서비스 개발에 나섰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참여도와 혁신성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규제 샌드박스는 기업이 규제 장벽으로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하지 못할 경우, 특례를 부여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다. 

혁신성은 있지만 리스크가 존재하는 서비스를 시장에 내놨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다는 취지로 지난 2019년 도입됐다. 금융권에서 규제 샌드박스가 허용된 서비스‧상품은 금융당국으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전업 카드사가 지난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지정받은 혁신금융서비스는 9건에 불과하다. 8개 카드사별로 1건인 꼴이다. 

그마저도 7건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예금상품 비교‧추천’과 관련된 내용으로 사실상 같은 서비스였다. 이는 금융당국이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추진하기로 한 사업에 카드사들이 참여한 형태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 카드사가 자발적으로 추진한 혁신금융서비스는 2건에 그친 셈이다. 올해는 아직 혁신금융서비스를 내놓은 카드사가 없다.

2022년도 상황은 비슷했다. 카드사들은 한 해 동안 7건을 지정받았는데 이 중 6건이 ‘다른 카드사 상품 추천 서비스’로 같았다.

카드사들이 각자 차별성을 갖춘 독점 서비스를 내놓기보다는, 한 가지 아이디어에 너도나도 달려들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는 양상을 반복하는 형국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지만, 출시로 이어지지 않은 문제도 있다. 

실제 예금상품 비교‧추천 서비스와 다른 카드사 상품 추천 서비스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지 수년이 흘렀지만, 아직 구체적인 서비스 제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정 당시 카드업계는 해당 서비스를 수개월 내 출시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몇 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 같은 카드사 금융규제 샌드박스 참여 행태는 제도 도입 초기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세워 적극 참여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2019년과 2020년 카드사들이 지정받은 혁신금융서비스 건수는 각각 14건, 11건에 이른다. 해당 서비스 대부분은 출시됐다.

이 당시 서비스 내용을 보면 △개인사업자 사업자금 마련을 위한 원스톱 플랫폼(현대카드) △소비‧지출 관리 연동 소액투자 자문 서비스(신한카드) △개인간 경조금 간편송금(비씨카드) △중고차 개인 직거래 카드 안전결제 서비스(KB국민카드) △미성년 자녀를 위한 가족카드 서비스(삼성카드) 등 다양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서비스는 지속 나오고 있으나 최근에는 대부분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 없는 범위 내에서 개발을 하고 있다”며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됐어도 서비스 출시로 이어지려면 외부 업체와 제휴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잘 안 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