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배상 '0~100%'…불완전판매·투자자 성향 '좌우'
홍콩 ELS 손실 배상 '0~100%'…불완전판매·투자자 성향 '좌우'
  • 이민섭 기자
  • 승인 2024.03.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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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사 일방 책임 인정 시 전액 배상...투자자 책임 최대 45%"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홍콩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홍콩H지수 ELS 검사결과 및 분쟁조정기준 관련해 모두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민섭 기자)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인해 관련 ELS 상품 투자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이와 관련한 최소 0%에서 최대 100% 범위에서 차등 배상하는 안을 내놨다. 고위험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투자자에게 판매사가 권유하고, 이 과정에서 불완전 판매 요소까지 밝혀질 경우 전액 배상도 가능하다. 다만,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수익 규모, 상품 이해도 등을 살펴 투자자 책임을 최대 45%까지 지운다는 방침인 만큼 100% 배상은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11일 H지수 기초 ELS 상품 대규모 손실 발생에 따른 현장검사를 실시하고 분쟁조정기준을 제시했다. 기준은 판매사별 공통 적용 기준과 투자자별로 고려되는 개별 기준이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투자자별로 확정된 손실에 대해 판매원칙 위반 등 판매자 요인과 투자자별 고려요소를 종합해 산출한 투자자별 배상비율이 적용돼 배상금액이 결정될 예정이다.

금감원이 마련한 판매자 요인으로는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위반 등 불완전판매 여부에 따라 적용되는 기본배상비율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내부통제 운영 미흡 등이 반영되는 공통 가중비율이 있다.

기본배상비율의 경우 적합성,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에 따라 20~40%로 설정됐다. 여기에 불완전판매를 유발, 확대한 내부통제부실 책임을 고려하며 정도에 따라 은행은 10%포인트(p), 증권사는 5%p 각각 가중된다.

특히 그간 논란이 됐던 온라인 판매채널의 경우 판매사 내부통제 부실 영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감안해 은행과 증권사에 각각 5%p, 3%p 적용된다.

또한 투자자별로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자료 유지 및 관리 부실 등에 대한 판매사의 절차상 미흡 사항을 고려해 판매사 책임 가중 사유를 배상비율에 최대 45%p 가산한다.

다만 ELS를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투자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ELS 가입 횟수, 금액, 금융지식 수준 등을 고려해 투자자 책임에 따른 과실 사유를 배상비율에서 최대 45%p 차감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금감원은 가산, 차감 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 등에 대해서는 ±10%p 조정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구체적인 사례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론상으로는 100%까지 가능하지만, 투자자별로 ELS 투자 경험, 매입, 수익 규모, 상품 이해능력 등 고려하면 45%p 까지 차감 가능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100%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컨대 80대 A씨가 지난 2021년 1월 예적금 가입 목적으로 B은행에 방문해 직원의 권유로 ELS 상품에 가입해 만기가 도래해 손실이 확정됐다. 하지만 B은행은 ELS 상품 설명 과정에서 내부통제 부실 소지가 있었고, 고령자 보호 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추가로 발생했다면 손실에 대한 배상비율은 75% 내외 수준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과거 ELS 상품 가입 경험이 많은 C씨가 은행 지점을 방문해 ELS 상품을 권유받아 가입한 이후 손실을 입었다. 해당 은행은 상품 설명 과정에서 투자권유자료를 보관하지 않은 사실이 있더라도 해당 손실에 대한 배상 비율은 0% 내외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발표한 홍콩 ELS 손실보상 기준안에 대해 “분쟁조정기준은 억울하게 손실을 본 투자자가 합당한 보상을 받으면서도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이 훼손되지 않도록 마련했다”며 “유사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상품 판매제도 개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감원이 ELS 분쟁조정기준안을 마련하게 되면서 이날부터 은행과 증권사 등 판매사는 기준안에 따라 자율적으로 배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감원은 분쟁조정기준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를 개최해 관련 절차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 ELS 판매사 검사 결과 확인된 부당행위에 대해 관련 법, 절차 등에 따라 엄정 조치하는 한편, 판매사의 사후 수습 노력에 대해서는 관련 기준에 따라 참작한다는 방침이다.

minseob2001@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