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수사‧사법' 무기 든 정부…끄떡 없는 의사 단일대오
'면허‧수사‧사법' 무기 든 정부…끄떡 없는 의사 단일대오
  • 김태형 기자
  • 승인 2024.03.0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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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정지 3회 이상 받으면 면허취소…'인턴 신규 임용 거부' 인력난 가중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이 2주째 이어진 4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복지부 점검반이 미복귀 전공의 현황 파악 등 행정 조치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공의 집단이탈로 인한 의료 파행이 2주째 이어진 4일 광주 동구 전남대학교병원에서 복지부 점검반이 미복귀 전공의 현황 파악 등 행정 조치를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의료 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를 상대로 행정‧사법 절차 과정에 돌입했지만 복귀 움직임은 거의 없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이달부터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면허정지 처분 및 고발, 기소 등의 강도 높은 수단으로 대응한다.

보건복지부는 "3월부터는 미복귀자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최소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과 수사, 기소 등 사법절차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는 개정 의료법이 지난해 11월 시행되면서 의료인의 면허취소 사유가 확대되고 재발급 절차가 까다로워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집단행동으로 금고 이상의 형만 받으면 면허가 취소되는 만큼, 복지부의 고발과 사법당국의 수사가 이어지면 많은 수의 전공의가 면허를 잃을 수 있다. 

복지부는 그동안 개별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복귀) 명령을, 전체 전공의들에게 진료유지 명령을 내렸는데 이런 명령을 위반할 경우 면허정지 사유가 된다. 

면허정지를 3회 이상 받으면 면허취소가 될 수 있으며, 면허취소 후에는 취소의 원인이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에만 면허를 재교부 받을 수 있다. 

경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를 받는 대한의사협회(의협) 현직 간부 4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전날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리는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 앞서 이뤄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이같이 밝혔다. 

경찰은 보건복지부가 의료법 위반, 교사 및 방조 혐의 등으로 지난달 27일 고발한 의협 비대위원장, 언론홍보위원장, 조직강화위원장,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전 의협 회장 등 5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1일 진행했다. 

이 중 전 의협 회장을 제외한 현직 간부 4명에 대해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복지부는 이들이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함으로서 집단행동을 부추기고 방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고발 접수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사건을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로 배당했고 접수 이틀 만인 이달 1일 압수수색 영장이 집행됐다. 

앞서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1일 법무부·행정안전부·대검찰청·경찰청 합동 브리핑에서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는 정식 기소를 통해 재판에 회부할 것”이라며 “환자의 생명과 건강이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한다면 가장 높은 수준의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이같이 강경한 자세로 나오고 있지만 전국 주요 병원에서는 여전히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날 오전 전국 주요 수련병원에서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 상당수가 여전히 출근하지 않은 가운데 인턴마저 신규 임용을 거부하면서 인력난이 커지고 있다. 

강원지역 9개 수련병원 전공의 390명 중 사직서를 낸 360명(92.3%)의 복귀 조짐은 이날까지 미미한 수준이다. 

강원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의료현장 복귀를 촉구하는 호소문을 낸 이후 복귀한 인원은 15명이다. 

지난달 29일 기준 전공의 33명 중 23명이 사직서를 낸 강릉아산병원은 보건복지부 점검 결과 현재 8명이 복귀한 것으로 파악됐으며, 병원 측에서 추가 복귀자가 있는지 집계 중이다. 

경상국립대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 124명 중 이달 4일까지 현장에 복귀한 인원은 레지던트 1명뿐이다. 

대전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의 경우 사직서를 낸 전공의 427명 중 325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지난달 26일 대전성모병원에 복귀한 1명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복귀자는 없다. 

경기, 인천 등 수도권 대형병원들 중에서도 이달 4일 기준 이렇다 할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다. 

광주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에서는 이탈 전공의가 미 복귀한 상황에서 전임의들이 추가로 병원을 떠난 데다가 인턴마저 채워지지 않아 의료인력 공백이 악화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신규 전임의 임용 대상자 52명 중 21명이 최종 임용을 포기했으며, 조선대병원에서도 이달 정원 19명의 전임의 중 13명이 임용을 포기했다.

이들 병원에서는 이달부터 근무 예정이었었던 인턴 대부분(전남대병원 86명, 조선대병원 32명)도 임용을 포기해 전공의 이탈 공백을 메울 수 없게 됐다.

제주대병원도 인턴 22명 중 19명이 임용을 포기했으며 신규 레지던트 22명 중 15명이 끝내 병원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thkim7360@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