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발행량 절반 수준으로 '뚝'…홍콩H지수 사태에 은행 판매 중단 영향
ELS 발행량 절반 수준으로 '뚝'…홍콩H지수 사태에 은행 판매 중단 영향
  • 박정은 기자
  • 승인 2024.03.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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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조달창구 다양화하고 고위험 채권매매 비중 축소 필요"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주가연계증권(ELS) 발행량이 전월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달 홍콩H지수 ELS 사태로 시중은행에서 ELS 판매가 중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톱10 발행회사의 ELS(ELB 제외·원화 기준) 발행 금액은 9349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월(1조6667억원) 대비로는 43.90%, 전년 동기(2조2020억원) 대비로는 57.54%나 줄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미쳤던 2009년 5월(9387억원) 이후 15년 만의 최저치다.

ELS 발행량이 급감한 것은 홍콩H지수가 최근 3년 간 반토막 나면서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 연계 ELS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지난 1월말~2월초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이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기 때문이다.

은행은 증권사가 발행한 ELS를 신탁 계정으로 편입한 주가연계신탁(ELT) 형태로 판매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말 기준 ELS 발행잔액 40조1000억원 가운데 은행 신탁 판매 비중이 62.8%에 달했다.

홍콩H지수 ELS와 관련해 대규모 손실이 나자 ELS 같은 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ELS 판매 자체를 중단하거나 거점 점포 판매만 허용하는 등 규제가 예상된다.

규제가 생긴다면 ELS를 설계·운용하는 증권사의 ELS 판매 수익성 악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는 약정된 수익률을 제공하기 위해 설정자금 일부를 안전자산인 채권에, 또 일부는 옵션 등 파생상품에 투자한다. 고수익을 약정할수록 파생상품 비중이 커진다.

통상 증권사에서 장내·외 파생상품 운용을 담당하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서가 투자자 상환자금을 확보하는 헤지(위험회피)를 하게 된다.

이때 만약 헤지 성과가 투자자에게 약정한 수익률보다 높으면 남은 수익은 증권사 몫으로 가져가지만 약정 수익률에 미치지 못하면 손실은 증권사가 떠안게 된다.

또 ELS 발행 위축은 증권사 자금조달 리스크를 증대시킬 가능성도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전체 증권사 차입 부채에서 ELS와 파생결합증권(DLS)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증권사는 자기매매 부문은 ELS와 DLS 발행 위축으로 수익이 감소할 개연성이 있다"며 "홍콩H지수 ELS 판매 위축에 대비해 증권사들은 조달창구를 다양화하고 고위험 채권매매 비중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시중은행에서 고위험 상품 판매가 중단될 경우 은행의 이자이익 의존도는 한층 높아질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와 향후 은행마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him565@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