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개인회생의 명과 암
[기고] 개인회생의 명과 암
  • 신아일보
  • 승인 2024.02.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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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법승 김승현 변호사

지난해 신청된 개인파산은 한 해 4만1239건, 개인회생은 12만1017건으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는 세계적인 고금리와 경기침체를 비롯해 빚을 내 투자하는 속칭 빚투,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청년 빈곤, 깡통전세(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과 집주인 주택담보대출 금액 합계가 더 높은 주택)와 전세 사기 등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생계비를 제외하고 성실하게 변제금을 납부 할 경우 대부분의 부채를 면책해 주는 회생 제도는 채무자들에게는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 아닐 수 없다. 

삶을 포기하려는 순간에 있어 구세주이며 사회에 재기하기 위한 첫 발자국을 내딛는 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을 가진 개인회생제도 또한 여러 한계를 가진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채권자 입장에서 말이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 시간 끌기용 신청, 사기 등으로 인해 채권자가 입을 수 있는 불이익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할 경우 채권자 입장에서는 답답해진다. 

물론 변제 의사가 전혀 없는 채무자로부터 일정 금액의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파산보다 개인회생 절차에서 채권자 또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는 하나 특히 사회적 이슈인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의 경우 임차인인 채권자로서는 손해가 막심할 수 있다.

현행 채무자회생법에서는 보증금반환채권을 회생채권에 포함하고 있고 저당권, 질권 등 별제권에 준하는 채권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통해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이 있다. 

다만 보증금반환채권은 엄연히 물권이 아닌 채권이기 때문에 임차인은 임차권에 기한 경매신청권을 갖지 못한다. 

나아가 임대인인 채무자가 개시 결정을 받은 이후 임차인이 보증금반환채권에 대한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차인은 스스로 자신의 채권을 확정할 방법이 없다. 

결국 임차인 스스로 경매신청을 할 수도, 채권을 확정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수년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임대인인 채무자만 개인회생을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이때 목적물을 환가해 전액 우선변제를 받을 수 있다면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임차인은 채무자인 임대인이 면책 결정을 받은 이후라도 판결 등을 통해 집행권원을 얻어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른바 깡통전세여서 목적물을 환가해 전액 변제를 받을 수 없다면 우선변제권을 통해 회수할 수 없는 보증금 액수를 보장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순위 저당권이 설정돼 있지 않아 목적물이 경매되지도 않고, 소유자 변경도 없는 상황에서 후속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아 개시 결정 당시 임차인이 면책 결정 시점까지도 거주하고 있는 경우 개인회생법에서는 이를 규정하지 않고 논하지도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전세라는 특수한 개념과 전세가격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는 것에 기초함과 더불어 흔히 말하는 깡통전세가 문제 됨에 따라 수면에 드러나는 한계점으로 보인다. 

이러한 한계로 인해 임대인의 개인회생에 따라 오히려 임차인이 개인회생을 준비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해당 전셋집을 떠안는 경우도 빈번한 실정이다. 

이처럼 채권자의 부당한 희생을 막는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이며 채무자의 건전한 사회로의 복귀와 더불어 채권자 이익을 함께 도모하는 형태의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master@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