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해외송금 없애고 ‘해외 결제’ 집중
카드사, 해외송금 없애고 ‘해외 결제’ 집중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4.02.25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쟁력 밀린 해외송금 사업 철수…‘트래블 카드’ 경쟁 본격화
(사진=신아일보DB)
(사진=신아일보DB)

카드업계가 외환 관련 서비스 영업 전략을 바꾸고 있다. 경쟁력과 수익성이 밀리는 해외송금 서비스를 과감히 버리고, 대신 최근 급증한 해외여행객 수요에 맞춰 현지 결제·환전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내달 15일 해외송금 서비스를 종료한다. 지난 2021년 서비스를 출시한 지 3년 만이다. 

카드사 해외송금은 2018년 현대카드가 신한은행과 제휴를 통해 처음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부가 은행 제휴 없이 카드사가 독자적으로 해외송금이 가능하도록 규제를 푼 영향으로 KB국민카드, 롯데카드, 우리카드가 후발주자로 참여했다.

하지만 2020년 현대카드가 해외송금 사업에서 철수한 데 이어 지난해 롯데카드, 올해 우리카드까지 발을 빼면서 KB국민카드만 유일하게 해외송금을 서비스하는 카드사로 남게 됐다.

카드사가 해외송금 사업을 접는 이유는 은행과 경쟁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은행 스위프트(SWIPE)망을 활용한 해외송금은 전신료와 중개 수수료, 수취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이 붙어 소비자 부담이 컸다. 송금시간도 통상 3일 이상 걸릴 만큼 느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카드사들은 빠르고 수수료가 저렴한 소액 해외송금 서비스 제공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은행에서도 점차 해외송금 절차와 비용을 간소화하며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24시간 365일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친 인터넷전문은행은 카드사가 시장에 파고들 틈을 주지 않았다.

카드사들은 해외송금을 포기하는 대신 본업인 결제부문에 집중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해외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9개 카드사 개인 신용카드 해외 사용액은 16조8526억원으로 전년(11조9358억원) 대비 41% 증가했다. 2년 전인 2021년(8조2898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커진 규모다.

올해 역시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자 카드사들은 수수료 면제와 환율 우대 혜택 등을 담은 카드 상품 출시에 한창이다.

해외여행 특화 카드 시장 선두주자는 하나카드다. 2022년 7월 출시한 ‘트래블로그’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환전액 1조원을 넘어섰고, 가입자는 300만명을 돌파하며 해외 카드결제 시장 점유율 38%를 차지했다.

다른 카드사도 이와 유사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신한카드는 이달 14일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으며, 롯데카드도 지난달 여행 크리에이터 ‘빠니보틀’과 협업해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한도 없이 할인해주는 ‘트립 투 로카 빠니보틀 에디션’을 통해 여행카드 구성을 강화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해외여행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해외 결제는 카드사 수익 다각화를 노릴 수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