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사실상 마비… 피해 ‘눈덩이’
대형병원 사실상 마비… 피해 ‘눈덩이’
  • 한성원 기자
  • 승인 2024.0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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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실 가동률 반토막… 암 전이 환자 수술도 취소
전공의 공백 전문의·간호사 떠안아… ‘번아웃’ 우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업무개시명령과 면허정지, 구속수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엄포에도 복귀는커녕 병원을 떠나는 전공의들이 점점 더 늘어나면서 환자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2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의 74.4%인 927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소속 전공의의 64.4%인 802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하루 전보다 사직서 제출자는 459명, 근무지 이탈자는 211명 각각 늘어난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038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5230명을 제외한 808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집단행동에 뜻을 함께하는 전공의들의 몸집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번에는 과거와 다르다’며 업무개시명령을 어길 경우 의사면허 정지 등 법에 따라 처분에 나설 것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이탈이 계속되면서 대형병원 환자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수술실 가동률은 이미 절반 밑으로 떨어졌고, 암이 전이된 환자의 수술이 취소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전국 종합병원 응급실 대부분은 중증·응급 환자 위주로 축소 운영되고 있다.

외래진료도 일부 과의 경우 입원하는 환자를 돌볼 여력이 안 돼 신규 환자를 받지 못하게 됐다.

전날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신규로 접수된 피해사례는 총 57건이다. 수술 지연 44건, 진료 거절 6건, 진료예약 취소 5건, 입원 지연 2건 등이다.

전공의들의 공백은 고스란히 현장에 남은 전문의와 간호사 등 다른 의료진들에게 떠넘겨졌다.

전국 주요 병원에서는 그동안 전공의들이 담당했던 약 처방 업무와 야간 당직 등을 전문의가 맡아 처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호사들도 연장 근무를 하며 의료 공백을 채우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대부분의 병원에서 중환자실이나 응급의학과는 우선순위로 인력을 지원해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안다”며 “가장 큰 문제는 남아있는 의사들의 번아웃(소진)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 일주일에서 열흘이 고비가 될 수 있다”면서 “그 이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swha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