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K-패션, 세계로 웅비할 준비 마쳤다
[금요칼럼] K-패션, 세계로 웅비할 준비 마쳤다
  • 신아일보
  • 승인 2024.02.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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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뷰로 이영희 대표

‘인사동시대’를 연 신아일보가 창간 20주년(2023년)을 시작으로 ‘문화+산업’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칼럼을 기획했습니다. 매일 접하는 정치‧경제 이슈 주제에서 탈피, ‘문화콘텐츠’와 ‘경제산업’의 융합을 통한 유익하고도 혁신적인 칼럼 필진으로 구성했습니다.
필진들은 △전통과 현대문화 산업융합 △K-문화와 패션 산업융합 △복합전시와 경제 산업융합 △노무와 고용 산업융합 등을 주제로 매주 둘째, 셋째 금요일 인사동에 등단합니다. 이외 △취업혁신 △서민기업이란 관심 주제로 양념이 버무려질 예정입니다.
한주가 마무리 되는 금요일, 인사동을 걸으며 ‘문화와 산책하는’ 느낌으로 신아일보 ‘금요칼럼’를 만나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조명이 환하게 밝아지자 한 사람이 등장했다. 무대에 선 주인공은 어딘가 불편해 보였는데 석창우 화백이었다. 1984년 전기공사 중 사고로 두 팔을 잃은 후 의수에 붓을 끼워 작품활동을 해 온 감동을 준 귀한 어른이다. 이날 석 화백은 런웨이에서 하얀 천과 의상에 역동적 붓 터치로 작품을 완성하고 이를 모델들이 직접 입고 무대를 걷는 퍼포먼스를 주도했다.

감동적인 장면은 지난 2월 초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개최된 2024FW 서울패션위크 기간 중 이청청 디자이너의 ‘라이(LIE)’ 패션쇼에서 펼쳐졌다. 석 화백의 퍼포먼스에 이어 휠체어 무용가 김용우와 휠체어 댄스스포츠 채수민이 비장애인 모델과 함께 휠체어를 타고 런웨이를 누볐다. 마음으로 전하는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동작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이청청 디자이너는 “2024년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의 ‘모두가 함께하는 올림픽’이라는 슬로건에서 영감을 받아 의상을 제작했다”며 “패션쇼를 통해 사회에 바람직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평소에 강조하던 ‘우리 사회의 싸움과 갈등, 전쟁, 대립에서 벗어나 상처받은 자신들을 돌보고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를 무대에서 전했다. 

또 다른 감동은 이성동 디자이너가 만들었다. 그는 ‘메신저, 전달자’를 주제로 전쟁과 어려운 시기의 상징을 친환경 소재로 접목한 의상들을 소개했다. 대한민국 통일부와 특별한 협업을 통해 ‘잊혀가나 잊어서는 안 되는 것(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 등)’을 패션에 담았다. 이들을 상징하는 세 송이의 물망초를 의상 곳곳에 표현하는가 하면 군복을 연상하게 하는 카키색을 활용했다.

‘나와 다름’ 즉 다양성을 인정하고 화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있었다. ‘아조바이아조’라는 브랜드의 김세형 디자이너는 문신(페이스 타투)을 해서 반항적으로 보이거나 키가 작거나 혹은 몸집이 있는 모델을 런웨이에 기용함으로써 각각의 개성과 다양성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심어주고자 했다. 지난해에는 의족 모델이 등장해 개성있는 런웨이를 보여주어 뛰어난 감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 메시지도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수 재단기법을 통해 원단 사용을 최소화하고 쓰레기를 줄이는가 하면 업사이클링 등 순환 에코 이슈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단히 반가운 소식이다. 많은 디자이너가 지속 가능한 소재를 선정하고 이를 새롭게 적용해 폐수를 줄이는 친환경 공정을 실천하는 디자이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들은 패션쇼라고 하면 멋진 모델들과 화려한 의상들, 유명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모습을 떠올린다. 물론 지금까지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는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다가올 계절의 트렌드를 앞서 전달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동안 대한민국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긍정의 메시지를 패션쇼라는 종합예술 무대를 통해 전달하려는 과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

세계가 K-패션에 주목하는 오늘날, 의식 있는 디자이너들은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통한 화합과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제 K-패션은 강력한 메시지와 완성도를 바탕으로 세계로 웅비할 준비를 마쳤음을 알려주고 있다.

/ 이영희 서울아트뷰로 대표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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