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치로 돌아온 무역협회장…아쉽다
[기자수첩] 관치로 돌아온 무역협회장…아쉽다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4.02.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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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가 관치로 회귀했다. 무역협회는 최근 구자열 협회장이 연임을 포기하자 차기 협회장으로 윤진식 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추천했다. 구 회장은 사업영역을 확장 중인 ‘LS그룹’의 경영활동에 전념하기 위해 연임하지 않기로 했다.

윤 전 장관은 통상정책에 밝은 관료출신이다. 그는 행정고시 12회 합격한 뒤 재무부 금융정책과장, 국제금융부장, 대통령 경제비서관·정책실장, 관세청장, 재경부 차관, 산업부 장관, 18~19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상임고문과 대통령직인수위 경제특별고문도 맡았다.

구 회장의 연임포기 배경은 납득이 되지만 오랜만에 민간으로 내려온 ‘민간 경제단체의 수장직’이 관으로 돌아가는 행태는 탐탁지 않다. 무역협회는 한국경제인연합,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기업인이 주로 회장을 맡은 여타 경제단체들과 달리 1946년 설립 때부터 낙하산 인사, 관치논란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18명의 회장이 무역협회를 이끌었지만 이중 순수 기업인은 4명뿐이다. 대부분은 관료출신으로 정부가 회장을 지명했다.

특히 민간기업인들은 무보수로 회장직을 맡았던 반면 관료출신들은 높은 보수로 눈총을 사기도 했다. 한덕수 전 총리의 경우 2012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3년간 무역협회장으로 재임하면서 19억5320만원을 수령했다. 퇴직금 4억327만원을 제외하면 연봉은 5억원을 넘긴다. 올해 대통령 연봉이 2억5400만원 수준이란 점을 고려하면 대통령보다 2배 이상의 보수를 받는 셈이다.

이런 까닭에 재계는 15년 만에 탄생한 민간기업인 출신 구 회장에 주목했고 그가 연임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인이 협회장직을 이어받길 기대했다.

물론 민간 경제단체에 관료출신은 절대 안 된다고 고집하고 싶진 않다. 미중 통상갈등,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인물이라면 출신을 떠나 무역협회를 이끌 자격은 된다.

윤 전 장관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IMF지원요청 외 대안이 없다는 의견을 수차례 냈지만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자 보고체계를 무시하고 직보한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 윤석열 정부 대선캠프에 있었던 만큼 정부와 코드가 맞고 소통채널도 다양할 것으로 보인다. 펜실베니아주립대 경제학석사를 수료해 미국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동문이기도 하다. 미중 통상갈등, 공급망 재편,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에 대응할 적임자일 수 있다.

다만 민간 경제단체이자 한국 수출입업계를 대표하는 무역협회가 관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선 여전히 아쉽다. 정부 영향에서 벗어나 수출기업들 입장에서 목소리 낼 협회장이 필요하다.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