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제3지대, 가치·비전으로 국민에게 희망 줘야
[데스크칼럼] 제3지대, 가치·비전으로 국민에게 희망 줘야
  • 주진 정치사회부장
  • 승인 2024.01.1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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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지대 합종연횡 본격 시작....다당제-개헌 명분으로 ‘빅텐트’ 구축
‘선창당 후통합’ 유불리 셈법 분주해질 듯…‘떴다방’ 전락 우려
전문가들, “비례는 각자 챙기고, 지역구는 선거연대 가능성 높아”
주진 정치사회부장
주진 정치사회부장

총선 90일을 남겨두고 제3지대에선 본격적인 합종연횡이 시작됐다. 이낙연의 신당 ‘새로운 미래’, 이준석의 개혁신당, 더불어민주당 탈당파의 ‘미래대연합’, 양향자의 ‘한국의 희망’, 금태섭·류호정의 ‘새로운 선택’, 선거연합신당, 개혁연합신당 등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24년 몸담은 민주당을 떠난 이낙연 전 대표는 이번 주 초 '새로운 미래' 창당준비위원회를 발족한다.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이원욱, 조응천 의원이 만드는 '미래대연합'과 연대를 시사하기도 했다. 이 전 대표와 이들 의원들은 "미래로 가는 개혁세력의 힘을 다 합치겠다"며 제3지대 ‘빅텐트’를 명분 삼아 신당 세력들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이 대화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을 경우, 늦어도 설 전까진 빅텐트 신당을 선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이준석 전 대표를 향해 "협력의 방법이 뭔지는 앞으로 논의해봐야겠지만 함께 해야 한다. 세대 통합의 모델이 될 수도 있겠다"며 연대 의지를 거듭 밝혔다.

정치평론가들은 제3지대 신당들이 승자독식의 선거제도를 개편하고 제왕적 대통령 단임제를 손질하기 위한 개헌을 명분으로 삼아 통합신당보다는 ‘느슨한 선거 연대’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 선언을 하면서 다당제 실현과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제안했다. 이낙연 전 대표의 말대로 극단적 대결구도의 기득권 거대 양당 체제를 무너뜨리고, 민주주의 원리가 작동해 다양성이 보장되는 다당제가 안착된다면 세대-지역-계층별로 다양한 국민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신당들의 행보를 보면 미래를 이끌 비전을 제시하거나 가치를 제시하기보다는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따져 보기에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전 대표는 비례는 각자, 지역구만 합당론도 꺼냈다. 정의당은 선거연합플랫폼 정당을 추진하고 있고,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준)과 개혁연합신당을 도모하고 있다. 개혁연합신당은 15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 세력에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제안했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 선출 제도를 유지하고, 범야권 정당 및 진보 진영 세력이 연합해 비례대표 후보를 함께 내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현행 선거제 내에서 의석수를 더 차지하기 위한 '꼼수 위성정당'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3지대는 국민의힘·민주당·정의당까지 아우르며 어느 때보다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은데다 신당을 이끄는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와 양향자 대표의 삶의 궤적도 다르다는 점에서 이들이 어떤 공통의 가치와 정치 비전으로 한 데 뭉치기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저 ‘비명’ ‘반윤’을 기치로 연대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포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면 과연 국민들에게 믿음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의문이다. 

이낙연 신당을 향한 민주당 전통 지지층의 비판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호남 지역의 한 당원은 “‘분열은 필패’라는 유불리 계산을 차치하고라도, 24년간 당에 몸담으면서 ‘희생의 리더십’을 보여주지 않았던 이 전 대표가 탈당과 신당 명분으로 내세운 ‘새로운 정치’는 사실상 기득권 거대 양당을 싸잡아 비난하기 위한 ‘회색 정치’ 아니냐”고 꼬집었다.

거대 양당의 대표를 지낸 이낙연-이준석 전 대표가 4월 총선에서 ‘험지 출마’로 희생하고 헌신하는 모습을 통해 ‘새로운 정치’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분당이 현실화된 국민의힘이나 민주당 역시 냉정한 내부 성찰이 필요하다. ‘서로 갈라치고 상대를 죽이는’ 혐오·증오정치로 ‘진흙탕 정치판’을 만들어버린 거대 양당에 국민은 넌더리를 내며 등을 돌렸다.

여당의 한동훈 비대위는 ‘용산 친위대’ ‘윤석열 아바타’라는 우려와 비판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제1야당인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는 정권심판론이 우세함에도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양당 모두 선거 때마다 당의 쇄신과 혁신을 내세웠지만 늘 구호에 그쳤다,

제3지대 역시 마찬가지다. 그동안 선거철마다 난립했다 사라진 '떴다방 정당'을 무수히 봐 왔다. 제3지대가 가치연대가 아니라 이익연대로 합종연횡 행태를 보인다면 국민은 또다시 등을 돌릴 것이다.

/주진 정치사회부장

[신아일보]

jj72@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