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증권사 내부통제가 전혀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내년 만기가 대거 돌아오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다 최근 채권 손실 돌려막기까지 터지면서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에 말뿐인 내부통제가 아닌 세부적인 내부통제 규제가 시급하다.
앞서 올해 금융당국은 자산운용업계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자리를 계속 마련해 왔다.
5월에는 '2023년도 자산운용사 준법 감시인 실무워크숍'을 개최했으며, 6월에는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 간담회를 가졌다. 또 9월에도 금감원은 증권·선물사 내부감사·준법감시 업무 담당자들과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가졌다. 11월엔 36개 국내 증권사 감사‧준법감시인‧CRO 등 내부통제와 리스크관리 책임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러한 관리에도 최근 9개 증권사에서 채권 손실 돌려막기까지 터졌다.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 실태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결과 증권사별 손실 전가 금액이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며 총규모는 조단위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를 들어 A 증권사는 만기가 도래한 이용자 계좌에 들어있는 기업어음(CP)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B 증권사에 매도하고, 대신 B 증권사 다른 계좌에서 유사한 CP를 A 증권사 내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이용자 계좌에서 비싸게 사주는 방식으로 돌려막기로 한 것이다. 이런 거래를 반복해 계약 만기 시기나 이용자 환매 요청이 있을 때 계좌 원금과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도록 했다.
또 다른 증권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회사와 약 6000번 연계·교체 거래를 통해 특정 이용자 계좌의 CP를 다른 이용자 계좌로 고가 매도하며 5000억원 규모의 손실을 이용자 간 전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여기에 CEO(최고경영자)가 관여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금감원 조사 대상 9개 증권사 모두 돌려막기를 한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 계좌 손실을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다른 이용자 계좌로 전가하거나 이용자 투자 손실을 증권사 고유자산을 통해 보전해 주는 등 중대 위법 사실도 발견됐다. 관련 혐의자만 30명에 달했다.
올해 증권사 내부통제 이슈는 이 뿐만 아니다.
10월 메리츠증권은 투자은행(IB) 본부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금융당국 검사 결과가 나왔다. 또 같은 달 신한투자증권 영업 부문 소속 직원이 10억원대 횡령 사건이 발생해 금감원이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금융투자 피해액도 다른 업권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8년부터 2023년 8월까지 금융업권 중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 부문 피해액은 약 7040억원으로 64%를 차지했다. 이는 은행(2620억원), 보험(540억원), 저축은행(412억원), 여신전문금융회사(387억원) 피해액을 합친 피해액의 2배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부통제는 그저 "잘 하겠다"고 선언해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시스템 전반에 허점은 없었는지 살핀 뒤 문제를 찾아 꼼꼼하게 구체적인 개선안이 필요하다. 금융의 기반은 신뢰인 만큼 더 이상 소비자가 실망하는 일이 없도록 지난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고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