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車할부 ‘뒷걸음’…할부금융 자산 ‘뚝’
카드사, 車할부 ‘뒷걸음’…할부금융 자산 ‘뚝’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2.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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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 카드사 자산 10조1632억원…전년比 4.5%↓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카드사가 신규 먹거리로 꼽고 집중하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장 진출 후 매년 준수한 성장률을 보이다가 올해 처음으로 역성장한 모습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동차 할부금융을 취급하는 6개(신한·삼성·KB국민·우리·롯데·하나) 전업 카드사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10조163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10조6460억원) 대비 4.5%(4828억원) 쪼그라든 규모다.

카드사가 자동차 할부금융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2016년 이후 반기 기준 자산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카드사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성장률은 각각 16.6%, 12.7%, 9.5%를 기록하며 매년 급성장했다.

이전까지 캐피탈업계 전유물로 여겨졌던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 카드사가 눈독을 들인 것은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서였다.

카드사는 잇따른 가맹점수수료 인하 영향으로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다른 주력 수입원인 카드론 역시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에 대출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졌다.

반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은 최근 수입차의 선호도가 높아지고 국산차도 평균 판매 단가도 오르면서, 할부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 성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하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경기 침체 우려로 자동차 같은 내구재 수요가 위축되면서 할부금융 시장 성장 동력이 약해졌다. 

더욱이 올해 들어서는 카드사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비율이 상승해 건전성 관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점도 할부금융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한 모양새다. 자동차 할부금융은 장기간에 걸쳐 상환이 이뤄지는 상품인 만큼 고금리 상황에서 연체 발생 우려가 크다.

카드사별로 보면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우리카드다. 지난해 상반기 1조7612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579억원으로 39.9%(7033억원)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 5327억원→4594억원(13.8%↓) △KB국민카드 3조3934억원→2조9351억원(13.5%↓) △신한카드 4조1205억원→3조7993억원(7.8%↓) 순으로 감소율이 높았다.

반면 하나카드와 롯데카드는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늘었다. 대형사들이 주춤한 틈을 타 영업을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올 상반기 하나카드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은 1조4456억원으로 1년 전(6676억원) 대비 116.5%(7780억원), 시장에 처음 진출한 2021년 상반기(1392억원)와 비교하면 938.5%(1조3064억원) 불어났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상반기 1706억원에 불과했던 자동차 할부금융 자산이 1년 새 4659억원으로 173.1%(2953억원) 급증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할부금융은 수익 다변화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지만, 여건이 안 좋은 지금은 사업 확대보다는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아일보] 문룡식 기자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