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 상환 차주도 힘들다"…은행권 상생금융 '역차별' 논란
"성실 상환 차주도 힘들다"…은행권 상생금융 '역차별' 논란
  • 김보람 기자
  • 승인 2023.1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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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 차주 대상 이자 캐시백 가닥…"차주별 맞춤 금리 적용해야"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어려운 사람이 많은 것은 알겠지만 평범한 직장인도 그렇게 녹록한 상황은 아니다. 나 역시 금리가 올라 매달 월급 절반 넘게 대출 이자로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데, 정부고 은행이고 왜 제대로 빚 갚는 사람은 다들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연체를 한 사람들이 어려운 상황인 것은 알겠지만 그렇다고 특정인들에게만 지원을 한다면 대부분 사람은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지 않겠나?"

5년 전 내 집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린 40대 직장인 A씨는 코로나19 이후 연이어 나오는 취약 차주 지원 대책에 대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지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금리가 높아져서 생활이 팍팍해진 보통 사람들도 생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는 연내 2조원 규모 상생 금융 보따리를 공개할 예정이다. 

앞서 '은행권 민생금융 지원방안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취약 차주 대상으로 대출 금리를 캐시백 해주는 방안이 논의됐다. 

대출 금리 5%를 기준으로 초과분에 대한 이자를 되돌려주는 식이다. 연 8%로 1억원 대출받았다면 은행에 낸 이자 800만원 중 5%를 넘는 300만원을 환급해 주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고물가까지 겹친 자영업자 등은 벼랑 끝으로 몰린 상황이다.

한국은행 '3분기 예금취급기관 산업별 대출금'에 따르면, 자영업자 대출 지표로 활용되는 도소매업, 숙박ㆍ음식점업 대출 중 예금은행 비법인기업 대출 잔액은 전 분기 대비 7000억원 증가한 119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현재 신용점수 800점 미만, 신용등급 5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신규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평균 대출 금리는 7.4% 수준이다. 

반대로 금리 인상에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총 30조9366억원의 사상 최대 이자 이익을 거뒀다. 

총이익에서 이자 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91.8%에 달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상자와 지원 규모 등 아직 확실하게 결정된게 없다"면서 "추가 회의를 통해 연내 상생금융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지원을 두고 성실 상환 차주 의지를 꺾는 역차별 지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30대 직장인 B씨는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빚을 못 갚는 취약 차주만 지원하면 허리띠 졸라매며 어떻게든 빚을 갚아나가고 있는 성실 상환 차주만 봉이 되는 것"이라고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이에 은행 가산금리를 낮추는 등 차주별 맞춤 금리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은 국민과 상생을 위해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면서 "상생기금 2조원은 은행 전체 이익의 5%로 상생기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은행이 가산금리 인하로 국민 이자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상미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기업 목적은 수입 및 주주 이익 극대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취약 차주 지원은 필요하다"면서 "다만 특정 계층 이자만 낮추는 방안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과 교육 훈련 등 새로운 신용평가 기준을 마련해 글로벌 금융 추세에 따른 차주별 맞춤 금리 제공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qhfka718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