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산업부 자화자찬, 불편한 이유
[기자수첩] 산업부 자화자찬, 불편한 이유
  • 장민제 기자
  • 승인 2023.12.0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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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산업계에서 들려온 소식 중 이목을 끈 건 투자와 규제해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말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접수된 총 53건의 투자 프로젝트 관련 애로 중 절반이 넘는 28건을 해결 완료‧확정했다”며 “투자 애로해소 노력 성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이면 나오는 일종의 성과보고성 자료로 현장중심 적극행정을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자료배포와 같은 날 실시된 ‘10대 제조업 주요 기업 투자 간담회’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산업부가 연초에 제시한 10대 제조업의 100조원 설비투자 계획을 점검한 결과 3분기 기준 이행률은 약 66%로 집계됐다.

산업부는 “그동안 정부는 킬러규제 혁파, 특화단지·국가산단 지정, 세제지원 확대 등을 통해 기업의 설비투자를 적극 지원해왔다”며 “그러나 글로벌 고금리, 불확실성 증가 등 투자 여건이 악화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 이행이 녹록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올해는 외국인직접투자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설비투자를 일부 보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종합하면 정부는 규제해소 등 지원을 할 만큼 했지만 경기악화로 기업의 투자결과는 당초 계획에 비해 미흡하다고 한 셈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완벽하진 않았다. 산업부는 지난해 ‘2023년도 업무보고’를 통해 다양한 민간투자계획 지원방안을 내세웠다. 그중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확대 및 임시투자세액공제 신설’은 이뤄졌다.

그러나 올 상반기로 약속했던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은 7월말 완료됐다. 국가산단을 둘러싼 중복규제와 인접 지자체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상생인센티브 체계도 마련키로 했지만 아직 소식이 없다. 산업부가 3분기까지 해소했다는 민간기업 투자 애로도 금액 기준 23조9000억원이다. 총 접수된 투자애로 규모(38조7000억원)에 비해 해소율은 61.7%로 같은 기간 기업들의 목표 투자액 달성치를 밑돈다.

산업부의 자화자찬이 불편한 이유다. 이럴 때가 아니다. 기업들의 경기는 아직도 어둡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131개사)의 49.7%는 내년도 투자계획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투자 계획이 없다고 응답한 곳도 5.3%였다.

특히 기업들은 투자할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시설투자 신·증축 관련 규제(28.8%)를 꼽았다. 이어 △ESG 규제와 관련 지원 부족(18.1%) △신산업 진입 규제(14.0%) △R&D·시설투자 지원 부족(13.7%) 등이 투자 애로요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부처는 연말, 개각시기를 맞아 성과 내세우기에 몰두하지 말고 기업 투자환경 개선에 좀 더 발빠르게 움직이길 바란다.

[신아일보] 장민제 기자

jangsta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