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행정전산망 먹통의 교훈은 ‘기본의 중요성’
[기자수첩] 행정전산망 먹통의 교훈은 ‘기본의 중요성’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11.30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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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전산망이 사흘간 마비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7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새올’에 이어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등 서비스가 전면 중단돼 공공기관의 민원서류 발급이 올스톱되면서 각종 증명서를 발급받으려던 국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자타가 공인하는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체면을 제대로 구겼으며,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축을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이번 정부에게는 큰 오점으로 역사에 기록될만한 일이었다.

또한 전산망 오류로 국민들이 필요 서류를 발급받지 못해 불편을 겪었음에도 이에 대한 안내가 늦어진 것은 물론, 마비된 시스템이 복구되기까지 사흘이나 걸린 점과 사고 이후에도 복구됐다는 전산망이 일주일이 넘도록 곳곳에서 장애가 되풀이되면서 정부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비판도 일었다.

특히 정부가 원인을 규명하는 데 8일이 소요됐고, 사태의 원인을 번복하기까지 하면서 적잖은 비판에 직면했다. 

앞서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당초 전산망 먹통의 원인으로 네트워크 장비인 ‘L4 스위치’를 지목한 바 있는데, 정부는 최근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다.  즉, 원인을 잘못 짚어 정확한 원인을 밝히는데 시간이 더 소요된 것이다. 

정보통신(IT) 분야 전문가들은 이번 행정전산망 장애 사태를 두고 ‘기본이 되지 않은 디지털 행정이 빚어낸 일’이라고 지적하며 설비부터 관리까지 본질적인 부분을 다시 돌아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즉, 이번 사태는 기본을 망각한 디지털 행정이 빚어낸 ‘인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 행정전산망 시스템이 문제없이 가동하기 위해서는 △서버와 프로그램에 대한 정기 점검 △운영과 오류 대응 내용이 담긴 매뉴얼 마련 △이중화된 복구 시스템 채비 등 기본적인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바닥부터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번 사태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가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보다 네트워크의 안정성 및 신뢰성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 부처·기관의 노후·불량 전산장비에 대한 전수 점검에 착수했다. 이와 함께 전산장애 발생 대응 매뉴얼을 신속히 보완하고, 국가 전산망 마비는 재난·사고 유형에 포함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행정업무가 전산으로 처리되는 디지털 시대에 이 같은 행정전산망 마비는 국가적 재난이다. 특히 행정은 민생과 직결되는 부분이어서 이런 사태가 또다시 재발된다면 국민들의 고통은 극에 달할 것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행정전산망 인프라를 구축한 시기로 돌아가 설계부터 완공까지의 전 과정을 촘촘히 들여다보고 재발 방지를 철저히 해 진정한 ‘디지털 정부’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