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파생상품의 역습…'소비자 보호' 최우선해야
[데스크칼럼] 파생상품의 역습…'소비자 보호' 최우선해야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11.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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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한 결과, 주가연계증권(ESL) 상품과 관련해 파생거래에서 시장가격 변동에 따라 962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

ESL은 기초자산인 개별 주식이나 주가지수가 만기까지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원금에 약정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투자와 관련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말을 주로 한다. 우리말로 하면 '고위험, 고수익'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위험성이 높은 투자 상품일수록, 이에 따른 이익은 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어쓸 수 있다. 

투자자에게는 더 많은 이익을 요구할 '권리'를 뒷받침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에 따른 손실에 대한 책임도 투자자가 질 수 있다는 뜻이다.

파생상품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그 가치가 기초자산의 가치 변동으로부터 파생돼 결정되기 때문에 '파생상품'이란 이름이 붙는다. 

거래 대상이 되는 기초자산은 주식·채권·통화 등 금융상품은 물론 농·수·축산물, 원자재, 석유, 금 등 실물자산도 가능하다. 여기에 만기일의 기초자산 가격뿐만 아니라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 '과정' 역시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만큼 거래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파생상품의 운용 목적은 위험회피(Hedge, 헤지)와 수익추구로 구분된다. 다만 위험회피이건, 수익추구건 본질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동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 탓에 일각에서는 파생상품 거래를 '도박'으로 비유하는 경우도 있고, 세계 투자 시장의 거물 '워런 버핏' 역시 파생상품에 대해 "금융 대량 살상무기(Financial Weapons of Mass Destruction)"라며 경고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의 이번 1000억원대 손실은 파생상품에 대한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입증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내년에는 파생상품 투자와 관련한 더 큰 여파가 예고되고 있다.

홍콩H(에이치)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SL과 관련해 국내 시중은행을 포함해 증권사 등 금융사들이 약 14조원 규모로 투자한 가운데 증시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손실 사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50개 우량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만기를 기준으로 40% 이상 가격이 하락하지 않으면 원금과 약정 이자를 받을 수 있지만, 이를 웃돌면 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실제 지난 2021년2월19일 1만2106.77로 고점을 찍었던 H지수는 중국 경제 사정이 급변하면서 5970대(11월27일 오전 기준)까지 떨어졌다. 

이 정도 지수가 계속될 경우 이와 관련한 ELS 손실 규모는 3조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추산한다.

더군다나 우리은행의 ELS 손실은 일반 고객과 무관했지만, 홍콩 H지수 ELS는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가 이뤄진 만큼 손실에 따른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여기에 벌써 투자자 일부는 상품 가입 시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불완전 판매'에 대한 문제 제기까지 나온다.

이미 우리는 과거 파생상품의 불완전 판매 등으로 인해 홍역을 앓은 바가 있다. 

금융감독당국은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 판매 현황과 손실 가능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은행 등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 규모 확인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소비자 보호가 이 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졌는지 중요하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은 투자자가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동의했을 때만 유효하기 때문이다.

bth77@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