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병철·정주영 못지않은 게임산업, 포기 안된다
[기자수첩] 이병철·정주영 못지않은 게임산업, 포기 안된다
  • 윤경진 기자
  • 승인 2023.11.27 0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 한국 게임계는 시장, 인력, 자본 사업을 이루는 대다수가 부족하다. 특히 중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기술적으로나 완성도면에서도 중국 게임이 한국을 앞질렀다는 평가가 주류로 올라선 지 오래다. 중국 텐센트 출신 개발자들이 설립한 게임 사이언스에서 2024년에 출시할 '검은 신화: 오공'은 높은 퀄리티와 뛰어난 그래픽으로 벌써 전 세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또 다른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서브컬처 장르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거대한 시장이 있는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높은 완성도의 다양한 장르 게임을 쏟아내고 있다. 반면 한국 게임계는 힘을 잃고 있다. 판호를 얻어 중국 진출에 성공해도 과거와 다르게 눈높이가 높아진 중국 게이머들을 공략하기 어렵다. MMORPG(대규모 다중 이용자 역할 게임) 같은 장르의 게임만 나오다 보니 한국 게이머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다. 확률형 시스템이나 과금 유도형 게임 구조는 게임사의 수익성은 보장 했지만 재미를 잃게 하는 요소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게임사들이 넘어야 할 산이다.

하지만 국내 게임사들도 기존 수익모델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걷기에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하다. 또 중국 게임과 경쟁하기 위한 '대작 게임'을 제작하기 위해선 최소 100명 이상의 개발자가 투입되는 등 큰 비용과 인력이 필요해 사운을 걸고 도전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도 K-게임을 포기하지 않는 건 게임인들이었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소울라이크 액션 RPG 장르다. 모바일이 아닌 콘솔 게임으로 출시해 북미 등 서구권 시장을 정조준해 출시 한달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만장을 달성했다. 넥슨의 '데이브 더 다이버'도 최우수상을 받았다. 신규 IP(지식재산권)인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으로 국내 최초 싱글 패키지 누적 판매 200만장을 돌파했다.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에 선도적으로 뛰어든 위메이드도 '나이트 크로우'로 우수상을 받았다. 이 게임은 내년 블록체인 버전으로 선보이고 글로벌 공략에 들어간다.

게임현장을 취재하다 보면 K-게임을 움직이는 게임인들의 정신이 고(故)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기업가 정신 못지않게 투철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 재미있고 좋은 게임을 만들려는 그들의 의지는 이윤창출 목적을 넘어선 무언가 있다. 과거 1998년 영화 '타이타닉' 하나로 약 32억달러의 수입을 올린 미국의 콘텐츠 저력에 한국 사회는 부러워하기만 했다. 타이타닉 수익금은 당시 판매된 경차 마티즈 77만대를 팔아야 챙길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제 시간이 흘러 한국도 게임을 수출하는 시대가 됐다. 정부는 더욱 진지하게 K-게임을 한국 대표 콘텐츠로 바라봐야 한다. 그렇게 해서 K-게임의 성장동력이 꺼지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

you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