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의 의미
[기자수첩]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의 의미
  • 문룡식 기자
  • 승인 2023.11.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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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추대됐다. 올해 3월 퇴임 이후 9개월여 만에 금융권 복귀다. 특히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회장 출신으로는 첫 사례라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23개 정회원 은행 입장을 대변하고 정부와 소통하는 자리다. 은행권 수장이라는 상징적 의미와 더불어 7억원의 연봉과 3년 임기를 보장받는다. 이 때문에 교체 시기가 다가오면 쟁쟁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곤 한다.

이번 차기 은행연합회장 선출 과정은 잠정 후보군부터 이례적이었다는 평가다. 회추위가 선정한 후보는 박진회 전 한국씨티은행장과 손병환 전 농협금융 회장, 윤종규 KB금융 회장,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 조용병 전 신한금융 회장, 조준희 전 IBK기업은행장이다.

이 중 윤종규 회장이 고사 의사를 밝히며 5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였다. 관료 출신 1명과 민간 출신 4명인 구성이다.

그동안 은행권은 관치에 치를 떨면서도, 정작 수장을 뽑을 때는 적극적으로 관료 출신을 맞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 전문성으로 자질을 판단하기보단 ‘전관’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강했다.

실제 은행연합회장은 주로 관료 경험이 있어 정부·금융당국과 소통이 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인사가 역임해 왔다. 역대 회장 14명 가운데 9명이 관료 출신이며, 김광수 현 회장 역시 재경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 등에서 공직을 거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민간 출신 후보가 더 많았으며, 최종적으로 조 전 회장이 낙점됐다.

조 전 회장은 공직 경험이 전혀 없고 오직 금융권에서만 종사해 온 인사다. 내달 임기를 시작하면 이상철(국민은행장), 신동혁(한미은행장), 하영구(씨티금융지주 회장), 김태영(농협중앙회 부회장) 전 회장에 이은 다섯 번째 순수 민간 출신 은행연합회장이 된다.

은행연합회 회추위는 현 회장과 11개 이사회 회원사 은행장으로 구성된다. 회장 선임을 확정하는 총회 역시 23개 정회원 은행 대표가 직접 참석한다.

즉 이번 차기 은행연합회장 추대는 최근 은행권 상황을 고려했을 때, 관료 출신보다는 민간 출신 인사가 더 적절하다는 업계 전반적인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관치금융이 어느 때보다도 기승을 부리고, 최근 은행에 대한 정치권과 사회계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은행권 입장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민간 출신 전문가가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모습이다.

새 은행연합회장 역할은 막중하다. 금융 전문성을 발휘해 은행 입장을 정부와 당국에 정확히 대변하는 역할은 물론, 은행권 숙원인 ‘금산분리’ 완화 등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대관 능력을 펼쳐야 한다. 조용병 차기 회장의 활약을 눈여겨봐야 할 이유다.

moon@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