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란봉투법, '노사자치 실현' 그 한계를 넘었다
[기고] 노란봉투법, '노사자치 실현' 그 한계를 넘었다
  • 신아일보
  • 승인 2023.11.14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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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민 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

11월9일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동계는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반면에 경제단체들은 공동성명서까지 발표하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 불과 2개 조문에 대한 개정 법률이다. 그러나 산업현장 노사관계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2011년 복수노조 설립 허용에 버금가는 어쩌면 그 이상일 것으로 보인다. 

국가는 국민 기본권 실현을 위한 적극적 책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책무의 이행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향해야 하며 사회적 균형을 이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노란봉투법이 사회적 동의를 얻기에 충분한 것인지 의문이다.

개정법은 ①사용자 범위 확대 ②노동쟁의 대상 확대 ③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세 가지를 내용으로 한다. 노란봉투법은 주로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제한 법률에 관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사용자 범위 확대와 노동쟁의 대상 확대가 오히려 산업현장 및 국가 경제에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먼저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지위라는 개념은 매우 모호하고 그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 산업현장 내에서 그러한 지위에 있는지를 두고 많은 갈등과 분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모기업, 지주회사, 원청사 등의 사용자 여부를 두고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개정안은 일본의 판례법리인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을 기본으로 한 것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노동법체계가 유사하다고 하더라도 100% 동일한 것은 아니다. 단체교섭 거부‧해태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처벌이 아닌 원상회복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과는 달리 현행 법률은 사용자를 형사처벌하고 있다. 과벌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이상 사용자 개념은 명확해야 한다. 개정법은 형사법의 기본원칙인 명확성 원칙을 충족하기 어렵다. 

다음으로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 대상을 현행 법률 상의 '근로조건의 결정'에서 '노동조건과 근로자의 지위',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의 관계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확대하고 있다. 노동쟁의 대상이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 대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노란봉투법은 사실상 쟁의행위 대상을 무한히 확대하고 있는 것과 같다. 

개정법에 의할 경우 법원이나 노동위원회 등에서 해결돼야 할 사항(권리분쟁)은 물론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미명 아래 인사‧경영권 사항, 입법사항 또는 정부 정책도 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 

노사관계에서 '노사자치 실현'이 매우 중요한 가치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다른 법체계, 타인의 기본권 등과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 개정법이 시행될 경우 자칫 파업만능주의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마지막으로 노란봉투법은 '헌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한 배상 청구를 금지하는 포괄적 규정 아래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노동조합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노동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거나 근로자를 괴롭히기 위한 수단' 등 매우 주관적인 사정을 촘촘하게 손해배상청구 금지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결국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전면적으로 면해 주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조정전치주의, 조합원 찬반투표, 필수유지업무 유지, 폭력‧점거 금지 등 쟁의행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노동조합법상 제도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또한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의 불법행위가 부당노동행위 등 사용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발생한 경우에 그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하고 있다. 이것은 노동조합에 대해서만 특별히 자력구제권을 허용하는 것으로서 현대 법체계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동 3권은 보다 적극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노동운동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청구는 지양돼야 한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으로 예상되는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다른 기본권과의 조화 여부, 법체계 부합성, 사회적 공감대 등에 대한 보다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본다. 노란봉투법은 '노사자치 실현'이라는 노사관계 핵심 가치의 한계를 넘었다. 

/ 백현민 미래인공인노무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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