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 혁신 없인 유통산업 발전 힘들다
[기자수첩] 규제 혁신 없인 유통산업 발전 힘들다
  • 김소희 기자
  • 승인 2023.11.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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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민간 주도 경제 활성화’라는 비전 아래 해묵은 각종 규제들이 철폐되거나 완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제는 결국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족쇄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은 마트나 백화점이 사람들로 북적이던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호황기였던 2012년에 제정됐다. 목적은 전통시장 보호다. 물론 당시에는 명분이 확실해 기업들의 입장에서 반대하기 어려웠다.

약 10년 만에 세상이 급변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발전하면서 온라인에서 쇼핑을 하는 사람들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을 기점으로 무게의 추가 온라인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하지만 유통산업발전법은 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바뀌었음에도 처음 모습 그대로다. 여전히 일정 규모 이상을 이룬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은 한 달에 2번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한다. 이때는 온라인 배송도 불가능하다. 또 대상 점포는 심야시간에 영업을 할 수 없다. 전통시장과 일정 거리 이내에 위치한 곳에 신규 출점하는 것도 제약을 받는다.

기업들과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해당 규제가 당초 기대했던 전통시장이 아닌 온라인 시장이 수혜를 입고 있다며 더 이상 규제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올해 4월 발표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명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대상인 전통시장까지 패자로 내몰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의무휴업일 탄력적 운영 △의무휴업일 대형마트 온라인배송 허용 △자영 소상공인 운영 SSM 규제대상 제외 등의 제도 개선을 통해 유통산업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규제 개선의 필요성은 최근 공시된 주요 기업들의 성적표로도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은 8조1028억원, 영업이익은 1146억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마트·슈퍼는 매출 1조5170억원, 영업이익 510억원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컨센서스(시장평균치)상 별도재무제표 기준 매출 4조789억원, 영업이익 1028억원이 점쳐진다. 이번 실적은 쿠팡이 수년간 투자해온 결실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유통대기업들의 오프라인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차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이라도 유통산업을 되레 후퇴하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쇼핑 혜택까지 저해하는 규제를 없애야 한다. 온·오프라인 유통산업이 동반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해본다.

ksh333@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