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 만화 ‘식객’ 27권 대장정 마무리
허영만 만화 ‘식객’ 27권 대장정 마무리
  • 김지은기자
  • 승인 2010.05.2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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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철 재료 써야 제맛 살아나”… 후속작은 칭기즈칸 소재
“‘식객’은 끝이 났지만, 여전히 많은 분들이 하루 세끼 밥을 자시고 있기 때문에 식객의 의미는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화 ‘식객(食客)’을 27권으로 완간한 만화가 허영만(63,사진)씨는 지난 24일 “요즈음은 돈만 내면 아무 때나 제철에 상관없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음식이 귀한 줄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항상 밥상을 꼼꼼히 따져보는데 음식 쓰레기가 너무 나온다”며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너무 많이 먹으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했다.

‘식객’은 수많은 음식을 놓고 요리 대결을 벌인다는 줄거리다.

2002년 9월부터 2008년 12월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됐다.

이어 쿡(QOOK) 인터넷 존으로 이어가다 지난 3월 연재를 마쳤다.

최근 ‘팔도 냉면 여행기’라는 주제의 27권으로 나왔다.

총 135개 에피소드를 다뤘으며 2003년 9월 단행본 1권 출간 이후 300만부 이상 팔렸다.

허씨는 “아무래도 9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가지 타이틀로 연재를 해왔다는 보람이 있다”면서 “한글을 막 깨우친 다섯 살부터 일흔이 넘은 노인까지 두루 관심을 가져줘 감사한다”며 웃었다.

독자들의 호응은 높았지만 연재 기간이 길었던 만큼 어려운 일도 많았다.

“전라도니 강원도니 지역마다 음식을 안배해야 한다는 점이 어려웠다”는 고백이다.

무엇보다 작가를 난처하게 했던 것은 제철 음식 취재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보람도 컸다.

“포항의 과메기를 연재해 포항시로부터 감사패를 받은 적이 있다”면서 “그 동안 포항에서 과메기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노력을 했을 때는 그토록 반응이 없었는데 내 만화에 등장한 이후 주문이 폭주했다는 것이다”며 흐뭇해 했다.

‘식객’은 2007년과 2009년 각각 영화 ‘식객’과 ‘식객: 김치전쟁’, 2008년 SBS TV 드라마 ‘식객’으로 옮겨지기도 했다.

한식 세계화도 언급했다.

“예를 들어 낙지볶음 소스는 이미 만들어져 있어 달고 맵고의 정도를 손님이 고를 수도 없다”며 “스테이크가 세 종류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듯 우리 음식도 맵고 싱겁게 정도는 손님이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식의 세계화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짚었다.

아울러 ‘소금’을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음식으로 꼽았다.

“음식의 시작이기도 하고 우리나라 소금이 세상에서 가장 좋다니까.” 불황에 허덕이는 만화계 후배들에게도 야구를 빌려 한 마디 했다.

“야구 시합 때 대타를 내세울 때가 있다.

후보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지만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그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있다.

” “대타의 기회는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른다”며 “지금 만화계 시장이 워낙 불황이지만 반드시 한번의 기회는 올 것이라 믿는다.

그 기회를 위해 평소 꾸준히 준비하고 있어야 된다”고 조언했다.

차기작은 몽골제국 제왕 칭기즈칸(1162~1227)에 관한 만화 ‘메르키트의 오줌’이다.

허씨는 “역사 사실대로 서술해나갈지 새로운 창작물로 만들지 고민 중”이라며 “우리나라 역사와 달리 고증자료가 많지 않아 상상력의 폭을 넓게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여겼다.

약 2~3년 동안 선보일 예정으로 아직 연재할 매체나 방법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허씨는 1974년 한국일보 신인만화공모전에서 ‘집을 찾아서’가 당선되며 데뷔했다.

‘비트’, ‘미스터 Q’, ‘타짜’ 등 히트작을 양산해온 만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