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국 국채 금리 16년 만에 5% 돌파, ‘약한 고리’ 선제 대응을
[기고] 미국 국채 금리 16년 만에 5% 돌파, ‘약한 고리’ 선제 대응을
  • 신아일보
  • 승인 2023.10.2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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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미국 고금리 장기화의 공포가 금융시장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채권금리의 벤치마크인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지속적인 상승세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7월 이후 16년 만에 5%를 돌파하며 최고치까지 올랐다. 지난 10월 18일(현지 시각) CNBC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 호조가 이어지면서 연착륙 기대가 커진 것이 채권 금리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은 인플레이션과 연방정부 재정 악화, 유럽에 이은 중동에서의 전쟁, 국제유가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최근 국채 금리 상승은 미국 9월 소매판매 증가 등 예상 밖 호재들로 인해 가속돼왔다. 특히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지난 10월 19일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라며 고금리가 장기화할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미국 정부는 2023회계연도 적자 규모가 이미 2조 달러에 이르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지원을 위해 의회에 1,000억 달러의 예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자금 충당을 위해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하게 되면 국채 가격은 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박마저 더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치솟게 되면 각종 대출금리의 연쇄 상승을 가져와 금융과 실물경제에 큰 변동을 초래하는 만큼 정부 당국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러한 충격으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 19일 1.9% 떨어진 데 이어 20일에도 1.69% 하락하며 2375.0으로 마감했다. 코스피가 2,400선을 밑돈 것은 올 3월 이후 7개월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6.51% 내린 769.25로 마감했다. 이 역시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 속에 미국 국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면서 주가를 끌어내렸다. 더불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움직임과 가자지구 병원 폭발 참사로 고조된 중동발 긴장도 투자심리를 냉각시켰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52.4원으로 5.0원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미국·유럽·중국·일본 등 주요국 금융시장도 주가 하락 등 ‘긴축 발작(Taper tantrum:선진국의 양적완화 축소 정책이 신흥국의 통화 가치 및 증시의 급락을 초래하는 현상)’ 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시장 금리의 기준점인 미국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지난 7월 말 이후 한국(연 3.5%)과 미국(연 5.25〜5.50%) 간 기준금리 역전 폭이 역대 최대 폭인 2.0%포인트로 벌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은 11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환차손이 발생한 데다 미국 국채 금리가 16년 만의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외국인 증권 투자 자금은 8~9월 두 달 사이 31억 달러 이상 순유출됐다. 미국의 경제 호조와 신(新)중동전쟁 확산 등으로 미국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수 없다. 금리 인상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 상승, 가계의 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 등을 초래하고 회복세가 미미한 실물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히게 된다. 일각에서는 고금리·고물가 파고 등이 증폭되면 우리 경제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 고물가 속 경기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시장의 관심은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20일(현지 시) CNBC에 따르면 울프 리서치의 ‘롭 긴스버그 매크로’ 전략가는 10년물 수익률이 “5%를 웃도는 수준으로 약간 오버슈팅할 것 같다.”라면서도 다음 의미 있는 수준의 저항선을 5.25% 근처로 예상했다. 5.25%는 2006년과 2007년 고점 근처다. 또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산운용사 ‘더블라인’의 ‘그렉 휘틀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10년물 금리가 5.5%까지 상승할 것으로 본다.”라면서 “근본적인 메시지는 ‘조만간 연준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폴 시아나’ FICC 기술 전략가 역시 10년물 금리가 5.0~5.5%에서 고점을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페어리드 스트래터지’의 ‘케이티 스톡턴’ 창립자도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다음 저항선을 5.25%로 예상했다. 그는 5% 레벨은 “심리적으로 중요하다.”라며 “새로운 역추세 시그널이 디마크(DeMark) 지표상 모든 만기에 걸쳐 국채 수익률이 단기 고점에 이른 것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이 더 치솟고 더 지속될 수 있다는 경고다.

이번 미국발 ‘고금리의 습격’은 1,800조 원대의 가계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는 국내 경제에 특히 비상한 경고음을 울려대고 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4조 9,000억 원 증가한 1,079조 8,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은행 기업대출도 지난달 11조 3,000억 원 늘면서 1,238조 2,000억 원으로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특히, 가계대출자 4명 중 1명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미 이들이 무려 448만명으로 1분기보다 2만명이 늘어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6회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음에도 시중금리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미 7%를 넘어선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말에는 8%를 뚫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힘든 상태가 3년 연속 이어져 속칭 ‘좀비 기업’으로 불리는 한계기업이 외부 감사 대상 기업의 15.5%인 3,900개가 넘는다. 외부 차입 없이는 빚 갚기가 어려운 부실 징후 기업은 2021년보다 25곳 늘어나 185곳에 이른다. 경기 회복 속도마저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개인과 기업의 줄파산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일부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추가 대출 규제 등 선제적 부채 관리로 고금리의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상저하고의 안일에서 벗어나 위기의식을 갖고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른바 ‘F4(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한국은행)’ 수장들은 과거 금리정책과 은행권 예대금리차, 부동산 대출 규제 등을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정책 엇박자의 논란을 부른 바 있다. 이제라도 금융시스템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뒤틀린 엇박자 기조에서 벗어나 긴밀한 정책 공조를 통해 금융시장의 동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위기관리 시스템을 꼼꼼하게 재점검하고 정비해야 한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새마을금고 연체율 급증, 다중 채무자 연쇄 파산 등 당면현안으로 급    부상한 ‘약한 고리’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거나 확산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한 고금리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기업 구조조정, 규제 혁파 등을 통해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을 다지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최후의 방어벽인 외환 보유액 확충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수출 확대를 위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다변화 등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박근종 작가·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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