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무장경찰·장갑차가 ‘묻지마 범죄’ 막을 수 있나
[기자수첩] 무장경찰·장갑차가 ‘묻지마 범죄’ 막을 수 있나
  • 이승구 기자
  • 승인 2023.09.17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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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에서 ‘묻지마 흉기 난동’이 적잖게 발생하는가 하면 인터넷에서는 살인예고와 공공기관 등에 대한 테러 위협이 올라오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알지 못하는 누군가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늘 조심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호신용품을 검색하거나 구매하려는 분위기가 퍼지는 것은 물론 서로 호신용품을 선물하기도 하고, 호신술을 배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등 치안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 범죄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자구책을 찾고 있다.

이에 정부와 경찰은 시민들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지하철역과 백화점 인근 등 다중밀집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경찰, 형사, 기동대, 경찰특공대까지 인력과 장비를 최대한 투입하는 등 가용경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하고 위력순찰을 추진하는 등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해외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 보이던 경찰특공대와 장갑차까지 도심 한가운데에 배치하는가 하면 흉기 난동 범죄 제압 시 총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하지만 이런 경찰의 ‘오버스러운’ 대응에 대한 부작용이 속속 나오고 있다. 무장 경찰과 장갑차가 도심 한가운데 배치되자 치안 불안이 줄어들기는커녕 공포감만 커진다고 상당수 시민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장갑차가 있다고 묻지마 흉기 난동을 막기는 커녕 평소 자주 보이지 않던 경찰의 행보가 오히려 불안감을 더 키운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지역에 대한 현장순찰 강화가 제한된 인력으로 돌려막기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밀집지역에 대한 순찰이 강화되면 그만큼 기존 지역의 순찰 인력이 줄어들면서 치안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경찰 인력의 업무 과부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흉기 난동에 대비하기 위해 도보로 현장을 계속 돌며 위력순찰을 시행하면서도 사건과 행정 등의 업무도 처리해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기 때문에 계속 피로가 누적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이 전혀 성과를 거두지 않은 것은 아니다. 다수의 흉기범죄를 적발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21일 서면 기자간담회에서 그달 4~18일 범죄 우려가 큰 다중밀집장소 4만7260개소를 순찰해 흉기 관련 범죄 227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20건은 살인미수·예비 혐의, 113건은 특수상해·협박·폭행 등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검거자 중 46명이 특수상해·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됐다.

하지만 지난달 17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등산로에서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결국 경찰의 특별치안활동이 강력 범죄를 막지는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보여주기식 치안활동에만 치중했다’는 비난까지 일고 있다.

결국 언제 어디서 사건이 일어날지 모르는 ‘묻지마 범죄’는 경찰의 치안 공백이 원인이 아니기 때문에 일선 경찰들만 고생하면서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안되는 일이 더이상 반복되서는 안될 것으로 보인다.

digitalegg@shina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