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산분리·돈 잔치 비판…은행 '이중고'
[기자수첩] 금산분리·돈 잔치 비판…은행 '이중고'
  • 배태호 기자
  • 승인 2023.09.05 14: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직전인 2007년 989조원 수준이었던 은행 대출 자산은 지난해 2514억원으로 1552조원(156.9%) 증가했다.

은행 밑천인 자기자본 역시 같은 기간 96조8000억원에서 256조9000억원으로 160조1000억원(165.4%) 불었다.

반면 이 기간 은행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조6000억원으로 겨우 3조6000억원(24%) 증가에 그쳤다. 

이렇다 보니 은행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도 신통치 않다.

2005년 은행권 ROE는 18.4%, ROA는 1.27%였는데, 지난해에는 각각 7.4%, 0.53%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썼음에도 ROE와 ROA는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ROE 7.0%, ROA 0.52%) 수준과 비슷했고, 이전 해인 2018년(ROE 8.0%, ROA 0.63%)보다는 오히려 낮았다.

해외 은행과 비교해도 수익성에 큰 차이가 있다. 국내 은행산업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ROE 5.2%, ROA 0.4% 수준인데, 이는 미국(ROE 10.2%, ROA 1.5%)이나 캐나다(ROE 16.8%, ROA 1.1%), 싱가포르(ROE 10.8%, ROA 0.9%)의 절반 혹은 그 이하다.

이처럼 낮은 수익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은행은 상업은행으로 수익 대부분을 '이자 이익'에 기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금융과 산업자본의 경계가 허물어질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우려도 적지 않은 만큼 당장 이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최근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한 논의 결과를 미룬 것도 이런 맥락이다.

'투자의 귀재'라 불리는 미 기업인이자 투자자인 워런 에드워드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은 기업 분석 시 ROE와 ROA를 1순위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소 과거 10여년간 기업 ROE와 ROA 흐름을 검토한 뒤 ROE가 15% 이상인 기업만 주로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기준으로 보면 '한국 은행산업에 과연 투자할 가치가 있을까'라는 회의감마저 들 수밖에 없는데, 그 원인 중 하나가 금산분리 규제인 셈이다.

게다가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세계 금융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은행에 대한 시각마저 곱지 않다.

당장 이자가 늘어나는 만큼 국민의 곱지 않은 목소리는 차치하더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돈 잔치' 운운하며 은행에 '주홍글씨'를 새기는 모습은 심히 우려된다.

무기를 손에 쥐어 주진 못할망정, 사기까지 꺾어서야 쓰겠는가. 당장 규제 완화가 어렵다면 적어도 과도한 비난은 자제해야 한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과유불급, 過猶不及)'는 말을 곱씹을 때다. 

bth77@shinailbo.co.kr